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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52년전 다 팔렸는데?"…에르메스 울고갈 '귀족 대회'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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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마스터스 개막을 앞둔 9일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연습 라운드를 하는 타이거 우즈. 수많은 패트론(갤러리)이 그를 지켜봤다. [AP=연합뉴스]

마스터스 개막을 앞둔 9일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연습 라운드를 하는 타이거 우즈. 수많은 패트론(갤러리)이 그를 지켜봤다. [AP=연합뉴스]

최고 권위의 마스터스 골프 대회가 11일 밤(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개막한다. 올해 대회에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속 71명, 사우디아라비아의 LIV 골프 소속 13명, 아마추어 골퍼 5명 등 총 89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출사표를 던졌다.

“이건 가방이 아니라 버킨이라고요.”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에서 에르메스의 매장 직원이 명품 가방 버킨 백을 찾는 주인공 사만다에게 “5년은 기다려야 한다”면서 한 말이다.

“이건 골프 대회가 아니라 마스터스라고요.” 9일(한국시간) 연습라운드 하루 티켓 2400달러(325만원)을 부른 암표상에게 “왜 이리 비싸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진지한 골퍼의 버킷리스트에는 골프의 성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라운드와 더불어 마스터스 대회 관람이 담겨 있다. 올드 코스에선 직접 치는 게 꿈인데, 마스터스는 구경만 해도 좋다는 거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선수들은 마스터스를 버킨 백으로 여기는 듯하다. 세계 1위를 다투던 존 람이 지난해 사우디가 후원하는 LIV 골프로 옮긴 것도 마스터스 우승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스터스는 우승자에게 평생 출전권을 준다. 버킨 백을 가졌으니 다른 가방(PGA 투어의 다른 대회)은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여겼을 것이다. 버킨 백은 돈이 있다고 다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마스터스 입장권은 스포츠에서 가장 귀한 티켓이다. 수퍼보울 입장권보다 구하기 어렵고, 암표 값도 비싸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은 꽃 묘목장 부지에 들어섰다. 각종 꽃이 많은데 대회에 맞춰 피는 30여 종의 철쭉이 하이라이트다. 페어웨이는 융단 같고, 그린은 비단 같다. 과거엔 개울에 푸른색 물감도 풀었다고 한다.

버킨 백은 가수 겸 배우 제인 버킨이 비행기 여행 중 가방에서 물건이 쏟아져 나온 게 만든 계기가 됐다. 옆에 앉았던 에르메스의 경영자가 백을 만들어준 것이다.

마스터스 창립 신화에는 ‘골프의 성인’ 보비 존스가 주인공이다. 그랜드슬램 달성 후 뉴욕에서 카퍼레이드를 할 정도로 인기 스타였던 존스는 친구들과 조용히 골프를 즐길 곳을 찾다 애틀랜타 인근 오거스타에 골프장을 지었다.

에르메스는 브랜드 앰배서더를 쓰지 않는다. 스타들이 자발적으로 버킨 백의 명성을 키웠다. 데이비드 베컴의 부인이자 전 스파이스 걸스의 멤버인 빅토리아 베컴은 버킨 백 100개, 모델 겸 배우인 킴 카다시안은 30개 넘게 가지고 있다.

마스터스는 수퍼스타들이 유난히 많이 우승한다. 잭 니클라우스(6회 우승), 타이거 우즈(5회), 아널드 파머(4회) 등 최고 스타들이 가장 많이 우승한 메이저 대회가 마스터스다. 필 미켈슨, 닉 팔도, 샘 스니드, 게리 플레이어는 3번, 벤 호건과 바이런 넬슨도 두 차례씩 우승컵에 이름을 새겼다.

버킨 백은 아무한테나 팔지 않는다. 매장에 전시도 하지 않는다. 에르메스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벽을 만들어 사람들을 애타게 만든다. 아무나 가지지 못하는 걸 갖고 싶어 하는 인간 심리를 마케팅에 이용하는 브랜드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클럽 회원이 누구인지 비밀이다. 1년에 딱 한 번 있는 클럽 회장의 기자회견을 제외하면 아무도 클럽 내부의 일이나 마스터스에 관해 말할 수 없다.

디 오픈과 US오픈은 누구나 실력만 되면 참가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마스터스는 주최 측이 초청해야 참가가 가능한 대회다. 선수들이 가장 나가기 어려운 대회가 마스터스다. 그래서 선수들이 가장 나가고 싶어하는 대회가 마스터스다. 아무나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갖고 싶은 버킨 백처럼, 마스터스는 닫아둠으로써 신비함과 화려함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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