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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원 1년 유예’ 놓고 갈팡질팡한 정부…"열린 자세로 논의한다는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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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가 제안한 의대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오전과 오후가 달랐다. "내부검토는 하겠다"고 했다가 부랴부랴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정부의 갈팡질팡 행보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갈팡질팡 정부에 혼란? “1년 유예안 검토 안 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8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의대 증원)'1년 유예'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된 바 없으며 향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오해가 생기지 않게 추가로 설명하겠다”라며 “2000명 증원은 과학적 연구에 근거해 꼼꼼히 검토하고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도출한 규모”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이날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1년 유예안에 대해 기존보다 누그러진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전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제안한 '증원 1년 유예' 안에 대해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면 열린 자세로 논의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한 것은 아니고, '일단 (증원을) 중단하고 추가 논의를 해보자'는 취지로 이해한다.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원론적인 답변이고 사실상 유예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지만 '내부 검토는 하겠고'라는 표현이 묘한 여운을 남겼다.

박 차관은 “오전 브리핑 때 (1년 유예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던 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과 같은 표현을 명확하게 말씀 안 드리는 게 좋겠다 싶어 그런 표현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통일된 의견을 제시한다면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입장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긴급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 1년 유예는 내부 검토된 바 없고 향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긴급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 1년 유예는 내부 검토된 바 없고 향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의료계는 의대 증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년 유예안을 우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구체적인 증원 숫자를 결정하자”고 제안한 데 이어 지난 7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하고 2026학년도를 목표로 위원회를 꾸려 논의하자”고 나섰다.

정부의 갈팡질팡 행보로 혼란이 일었지만 “강경 모드였던 정부 기류에 확실히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정부 측에선 “합리적 근거 제시 때 증원 재검토(박민수 차관)” “의료계가 의견을 모은다면 정부는 유연한 입장(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이라는 발언이 이어졌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이날 오전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과학적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더 합리적이고 통일된 대안을 (의료계가) 제시한다면 정부는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며 의대 정원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증원 규모는 타협 대상이 아니라는 정부의 목소리가 한껏 유연해진 셈이다.

의료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 만남 뒤 유연한 태도를 정부가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의협 회원(봉직의)은 “총선을 의식한 국면 전환용 발언같지만, 의료계 입장에서 기류 변화가 생겼다는 건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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