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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창출이 목표? 시작은 공공선 추구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84호 27면

기업의 세계사

기업의 세계사

기업의 세계사
윌리엄 매그너슨 지음
조용빈 옮김
한빛비즈

“기업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미국 유명 로펌에서 인수합병 변호사로 일하다 로스쿨 교수가 된 저자는 매 학기 상법 강의 첫날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학생 대부분의 답은 “이익 창출”. 상법에서는 정답이다. 하지만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틀렸다”는 게 저자 주장이다. 의외로(?) 기업의 존재 이유는 “공공선 추구”란다. 정말일까? 공공기관도 아니고 사기업이? 믿기 어렵지만 적어도 ‘시작은 그랬다’는 설명이다.

책은 그렇게 시작한 기업이 어쩌다 오늘날 “무작정 수익만 추구하는 조직”이 됐는지, “산업을 재구성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낸” 8개 기업의 사례를 통해 추적한다.

국가 대신 세금을 걷다가 속주를 탄압하고 시민을 노예화해 “로마 멸망의 한 축”이 된 소치에타스, 대항해 시대의 주역에서 스스로 ‘기업 국가’가 돼 전쟁과 수탈을 일삼은 영국 동인도회사, 미국 동서를 철도로 연결한 뒤 경쟁자를 제거하고 폭리를 취한 유니언 퍼시픽…. 그리고 전 세계 33억 명을 하나로 연결했지만, 오늘날 가짜 뉴스와 혐오감을 퍼뜨리는 창구가 된 페이스북까지.

많은 혁신 기업들이 일단 자리를 잡은 뒤에는 부패와 남용, 악행과 탐욕에 빠졌고, 결국 “큰 기대 뒤의 실망이라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이쯤 되면 살짝 헷갈린다. 역사가, 현실이 그런데도 여전히 “공공선 추구가 기업의 목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저 교과서적인 답 혹은 “한낱 헛된 꿈”은 아닐까.

답은 역시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소치에타스의 조세징수 도급제를 중앙집중식 징수제로 바꿨다. 미 의회는 셔먼법을 만들어 유니언 퍼시픽 같은 독점 기업의 횡포를 막았다. 기업이 의무를 다하지 못한다면 “사회는 늘 문제를 인식하고 교정하고 규칙을 세워 기업을 올바른 길로 이끌었다”.

그리하여 “인류의 위대한 창조물 뒤에는 항상 기업이 존재”했고, 그 업적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협동 능력에 대한 증거”라는 게 저자의 성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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