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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전공의 대표 만남, 엇갈리는 의료계 반응…“밀실결정” 반발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월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되면서 의료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대화가 시작됐다는 기대가 일부 있었지만, “밀실 만남”이라며 박 위원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 위원장은 이날 만남 직전 “현 사태는 대통령의 의지로 시작된 것”이라며 “이번 만남은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라 4월 10일 총선 전에 한 번쯤 전공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고, 해결을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다”고 만남에 응한 이유를 내부 공지를 통해 설명했다. 또 “2월 20일 성명서 및 요구안의 기조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며 “최종 결정은 전체 투표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 대전협은 정부를 향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2000명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철회 및 사과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 7대 요구사항을 내건 바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만남 소식이 전해지자 실익 없는 대화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부가 2000명 증원을 물리지도 않았는데, 대화에 나서면 정치적으로 이용될 뿐”이라며 박 위원장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줄을 이었다. 배장환 충북대병원·의과대학 비대위원장은 SNS에 “조건 없는 만남은 정말 위험하다. 확실한 의제와 의견을 미리 공표하고 만나야 한다”고 적었다.

2020년 집단 휴진 당시 의협이 정부와 막판 합의 과정에서 전공의들을 배제했던 것을 떠올리며 ‘밀실 합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전성모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하다 사직한 류옥하다씨는 이날 낸 성명에서 “이날 만남은 전공의, 의대생 등 젊은 의사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박단 비대위의 독단적인 밀실 결정”이라며 “‘기습 합의’라는 2020년의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독단 행동한 박단을 탄핵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도 쇄도했다.

우려가 잇따르자 대전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대화가 진행 중인 와중에 내부 공지를 통해 “(2월 20일) 요구안에서 벗어나는 밀실 합의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비대위는 “금일 만남 후 정부에서 ‘우호적인 방향으로 얘기가 진행됐다’라고 언론플레이를 할 가능성은 있다”며 “그러나 요구안 수용이 불가하다면 그냥 우리 쪽에선 ‘대화에는 응했지만, 여전히 접점은 찾을 수 없었다’ 정도로 대응 후 원래 하던대로 다시 누우면 끝이다. 오늘 당장 변하는 것 없다”고 했다. 이어 “2월 말부터 우리 쪽으로 복지부 실장부터 조규홍 (복지부 장관) 등 수십명의 대화 제안이 있었지만, 모두 무대응으로 유지했다. 그 결과 행정부 최고 수장이 직접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과 독대를 이끌어낸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전날(3일) 최종 결정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2일 “윤 대통령은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고 공개 제안했는데, 대화를 위한 물밑 노력은 이에 앞서 지난달 말부터 이뤄졌다고 한다. 지난달 27일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가 윤 대통령을 향해 직접 전공의들을 만날 것을 촉구한 뒤 여러 경로로 박 위원장에게 제안이 전달됐고, 박 위원장은 대전협 비대위원들과 논의를 거쳐 만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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