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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결국 사퇴…윤 대통령, 당 요구 수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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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3호 01면

총선 D-11 판세 바꿀 계기 될까

불과 20여 일만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처지가 역전됐다. 다수당을 꿈꾸던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때(103석)만큼 참패하는 것 아니냐고 떨고 있고, 쪼그라들 것이라던 민주당에선 ‘범야권 200석’ 얘기가 나온다. 이재명(민주당)-한동훈(국민의힘) 구도가 다시 윤석열 정권심판론으로 되돌아간 때문이다.

그 트리거가 된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9일 사임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대사에 임명된 지 25일 만이다. 이 대사는 이날 오전 10시경 변호인을 통해 “그동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빨리 조사해 달라고 요구해 왔으나 아직 수사 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며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사의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 대사 면직안을 재가했다.

이 대사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공수처가 출국금지했는데도 대사로 임명돼, 야권을 중심으로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해제해 출국한 것도, 호주로 출국한 지 열흘 만인 21일 급조된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를 명분으로 귀국한 것도 논란을 키웠다. 야권에선 ‘도주 대사’로 공세를 폈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구설도 겹쳤다.

결국 황 수석은 물러났으나 이 대사는 잔류했다. 대통령실은 “문제의 본질은 공수처의 수사권 남용”이란 입장을 고수했고 윤 대통령의 불통이 부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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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악화하는 민심에 국민의힘이 들고 일어났다. 한 위원장이 이 대사의 귀국을 요구한 데 이어 사퇴까지 건의했다고 한다. 한 위원장은 이날 안산·평택유세 현장에서 “여러분이 황 전 수석에 대해 불편하고 문제가 있다고 하셨을 때 제가 어떻게 했는가. 그만두게 건의했고 관철했다”며 “이 대사도 외국에 있을 때 제가 어떻게 했는가. 귀국해야 한다고 해서 설득했다. 저도 건의했지만 이 전 대사도 사퇴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한 국민의힘 후보가 유세현장에서 ‘방금 속보가 떴다. 이 대사가 물러났다’고 하니 지지자들이 ‘와’하고 함성을 지르더라”며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겐 이 대사 논란이 족쇄같은 거였다. 여론조사에서 응답을 안 하고 있는데 돌아오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당정 관계에서 당이 이야기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국면 자체를 확 바꾸진 못해도 국민의힘이 전열을 정비해 반격에 나설 계기는 마련된 셈이다. 마침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후보들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의 양문석 안산갑 후보는 대학생 딸 명의로 새마을금고에서 사업자대출 11억원을 받아 아파트 구매에 사용한 게 드러나 새마을금고가 검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같은 당 공영운 화성을 후보는 편법 증여 의혹이 제기됐다.

전국 사전투표소 26곳서 ‘몰카’ 의심 장비 발견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박은정 후보의 배우자인 이종근 변호사는 검찰 시절 다단계 업체를 수사하다가 변호사가 된 뒤엔 업체 변론을 맞아 거액 수임료(22억원)을 받은 사실이 논란이 됐다. 당장 한 위원장이 “(민주당이) 시민들은 대출받지 못하게 꽉꽉 막아놓고 자기들은 뒷구멍으로 그러고 있었다”, “22억원을 며칠 만에 버는 방법을 아시나. 박은정 부부처럼 하면 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강민석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이 대사의 사퇴는 정의와 상식을 요구하는 민심에 항복한 것이다. 진작 물러났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도주대사 파문과 외교 결례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소속 시설에 설치된 사전투표소 등을 일제 점검한 결과 29일 오후 6시 기준으로 7개 시도 총 26곳에서 불법 카메라로 의심되는 장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서구, 부산시 북구, 인천시 연수·남동·계양·부평구 등이다. 행안부는 전날 인천과 양산의 사전투표소에서 불법 카메라로 의심되는 장치가 발견된 뒤 전국 지자체에 점검을 지시했다.

인천 논현경찰서는 전날 체포한 40대 남성 유튜버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인천과 경남 양산의 사전투표소 등 총 15곳에 몰래 침입해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다.

그는 최근 유튜브에서 “사전투표 촬영을 위해서 지난 총선 이후 4년간 지리산에서 피나는 훈련을 했다”며 “어떻게 하면 선관위의 방해를 뚫고 촬영할 수 있는지 수많은 연구와 훈련 끝에 드디어 촬영하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2년 대선 때와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도 사전투표소 내부 모습을 촬영해 게재한 일도 있다. 그는 경찰에서 “사전투표율을 선관위가 조작하는 걸 감시하려고 했다”며 “카메라 설치는 혼자서 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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