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계 입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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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전기대 입시일(18일)이 며칠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전국의 수험생들이 극심한 불안과 긴장에 휩싸여 있지만 그 중에서도 예체능계 지원자들이 겪는 고통이 가장 심할지 모른다.
일반계 지원자들은 학력고사만 치르고 나면 잘 봤든 못 봤든 한 시름 놓을 수 있지만 예체능계 지원자들은 곧이어 사실상 「본고사」라 할 수 있는 실기시험을 또 치러야하기 때문이다.
실기시험은 필기시험과는 달리 심사위원의 주관이 많이 작용하는 데다『돈과 정실이 합격을 좌우한다』는 등의 소문이 따라다니게 마련이므로 실력이 뛰어난 수험생일지라도 떨릴 수밖에 없다.
예체능계 입시는 어떻게 치러지며 막바지 준비는 어떻게 해야할지 알아본다.

<실기가 당락 결정>
◇예체능계 입시=특별전형대상자(특기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 수험생들은 학력고사점수+고교 내신성적+실기고사점수의 일반전형을 받는다.
특기자들은 고교재학중 국내외의 권위 있는 각종 대회에서 3위 이내 입상한 학생들 가운데 중앙교육평가 원의 심사에 의해 결정된다.
올해의 경우 특기자는 ▲체육 3천4백75명 ▲음악 38명 ▲미술 3명 등 3천5백16명으로 체육을 제외하고는 전체 입학정원의 1%도 안 되는 미미한 숫자다.
일반전형의 경우 학력고사·내신·실기고사 등 평가요소별 반영비율은 대학 및 학과에 따라 다르지만 실기고사가 당락을 결정지을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데에는 차이가 없다.
중앙대 영화·사진학과(학력고사 60%·내신 30%·실기 10%)처럼 실기의 비중이 낮게 취급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대학·학과에서는 실기고사의 반영율이 30∼50%에 이르고있다.
서울J고의 음악담당 김모 교사(33)는 『예능계 수험생의 경우 학력고사 점수는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많은 대학에서 실기고사 성적만으로 정원의 1백50% 가량을 선발한 후 이 가운데서 학력고사 성적을 따져 합격자를 가려내고 있으며 학력고사 3 백점을 받고도 낙방한 수험생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실기고사의 비중이 절대적이며 그 평가도 심사위원의 주관에 의해 이뤄지다보니 실기고사에는 흔히 입시부정에 대한 의혹과 잡음이 따라다닌다.
『누구는 실력이 형편없는 데도 그 대학의 영향력 있는 교수에게 시간당 30만원의 비밀 레슨을 받고 별도사례금 1억원을 줘 합격했다』 『누구는 5천만원을 내면 합격시켜주겠다는 레슨교수의 제의를 거절하는 바람에 훌륭히 실기를 치르고도 떨어졌다』는 등의 뒷 얘기가 바로 그것이다.
문교부는 이 같은 의혹과 잡음을 막기 위해 80년부터 서울소재 대학의 예능계입시에 공동 관리제를 시행해오고 있다.
이 제도는 문교부가 서울시내 예능계대학교수(전임강사이상)를 모두 모아 전공별로 공동심사위원단(POOL)을 구성, 소속 대학 이외의 대학에 매년 불규칙하게 바꿔가며 심사위원으로 파견하는 제도다.
문교부 대학 학무과의 한 관계자는 ▲심사위원 결정통보는 실기고사 당일 오전6시에 내려가고 ▲채점은 심사위원(보통 4∼5인)가운데 최고·최저점을 제외한 나머지를 평균하며 ▲수험생들에게는 수험번호 말고 가번호를 부여하기 때문에 부정이 개입할 틈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부정방지에 미흡>
그러나 많은 학부모들은 이제도의 시행이 부정의 개입을 막는데 별다른 역할을 못한다고 믿고있다.
즉 예능계에는 특정 저명 교수를 정점으로 한「사단」이 형성되어 있어 상호간 긴밀한 협조를 통해 어느 대학 입시에 누가 심사위원이 됐다는 것쯤은 통보 받은 지 30분만 지나면 다 파악되며 이때 서로「봐주어야 할」학생 명단이 교환된다는 것이다.
수험생에게 가번호를 부여하고 칸막이를 쳐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해봐야 특정교수에게 레슨을 받은 수험생은 그 교수 특유의「냄새」가 나게 마련이므로 식별은 어렵지 않다는 의심이다.
그러나 실기시험에 이 같은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만의 하나 있다하더라도 그 관련자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며, 완벽에 가깝게 시험을 치른 수험생이 떨어질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이 같은 소문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막바지 준비=올해 예체능계 실기고사는 20∼24일 사이에 각 대학이 지정한 날짜에 치러진다. 이제 길어봐야 1주일 남짓 남은 셈이다.
수험생들은 남은 기간에 이제까지 연습해온 지원대학·학과의 실기평가 항목을 효과적으로 최종 정리하면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춰야한다.

<매일 적당량 연습>
성악과 지망생들은 남은 기간에 매일 적당량의 발성연습을 해야한다. 연습을 소홀히 했다가는 고사장에서 평소의 성량조차 나오지 않는 수가 많다. 틈틈이 30∼40분씩 연습해 하루종일 목소리가 조절된 상태에 있도록 해야한다. 그렇다고 성대를 혹사해서는 안되며 특히 감기는 최대의 적임을 명심해야한다.
기악과 지망생은 우선 긴장감을 줄이는데 중점을 두어야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무대경험이 적어 실기테스트를 받을 때 당황해 실수를 하는 수가 많다.
지금에 와서 새로 무대경험을 쌓을 수는 없는 일이므로 최소한 가족·친지·교사·친구 등을 불러 모아놓고 그 앞에서 연주회를 가져보는 것이 좋다.
미술계 지망생은 학과에 관계없이 공통실기로 소묘를 하게된다. 매일 소묘와 전공실기를 한 장 씩 그리도록 한다.
하루라도 쉬면 그만큼 뒤진다는 게 미술교사들의 지적이다. 공통실기의 시험시간은 보통 서너 시간밖에 주지 않으므로 평소 시간을 많이 갖고 그리던 수험생은 시간을 제약해 그리는 연습을 해야한다.
전공실기의 주소재가 꽃병·과일 등 생활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사물로 변해 가는 경향이며 같은 대상·같은 사물을 얼마만큼 독자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표현했느냐는 독창성에 배점을 많이 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체육학과 지망생은 시간적 여유가 없으므로 기초운동능력검사보다 배점이 더 높은 특기종목검사에 집중 대비하는 것이 좋으며 무용의 경우 의상·소도구 등을 착용하고 연습, 몸에 익도록 해야한다. <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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