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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전쟁’ 안갯 속인데…IMF, 韓 내년 성장률 2.2%로 하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자꾸만 낮추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의 여파가 어디까지, 얼마나 미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나온 진단이다.

IMF는 10일(현지시간) 발표한 ‘10월 세계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4%로 전망했다. 석 달 전인 7월 전망을 유지했다. 다만 성큼 다가온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같은 기간 2.4%에서 2.2%로 0.2%포인트 끌어내렸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국내외 기관이 올해 1%대 성장을 기정사실로 한 상황에서 이목을 끄는 건 내년 성장률이다. IMF는 지난해 10월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2.7%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 1월(2.6%)→4월(2.4%)→7월(2.4%)→10월(2.2%)에 걸쳐 낮춰 잡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더 두드러진다. IMF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기존 1.8%에서 2.1%, 내년 성장률을 기존 1.0%에서 1.5%로 각각 올려잡았다. 일본은 올해 1.4%→2.0%, 내년 1.0%→1.0%로 전망했다. 다만 한국의 성장과 밀접한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기존 5.2%에서 5.0%, 내년 성장률은 4.5%→4.2%로 내렸다. 세계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3.0%를 유지했고, 내년은 기존 3.0%에서 2.9%로 0.1%포인트 낮췄다.

IMF는 한국 경제를 전망할 때 ‘중국 변수’에 특히 무게를 둔다. 지난달 연례 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경우 한국의 경제 성장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은 수출에서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반도체 등 주요 제품 수출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다”며 “두 변수가 불확실하거나 악화한 점에 주목, 하반기 경기 반등이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보고 전망치를 낮춘 것”이라고 분석했다.

IMF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글로벌 고물가 추세에 대해 “고금리 기조,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라 안정세를 보이지만 높은 근원물가로 인해 물가 안정목표를 달성하는 데 상당 시간이 걸릴 것(gradual decline to target)”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최근 진단과 마찬가지로 고물가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고통스러운 긴축’을 고물가 해법으로 제시했다. IMF는 “섣부른 통화정책 완화(금리 인하)를 지양하고 물가상승률 하락세가 명확해질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화 정책과 발맞춰 지출 감소, 세입 확충 등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구조개혁, 규제개선을 통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10월 전망은 최근 고유가·고금리·고환율(낮은 원화가치), 이른바 ‘3고’에 따른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다만 갑작스럽게 터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여파는 분석에 반영하지 못했다. 전쟁이 길어지거나 확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유가 급등과 주식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동 국가가 전쟁에 말려들어 세계 석유 공급에 큰 차질이 생길 경우 에너지 수급에 취약한 한국 경제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영향이) 고유가에 특히 민감한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IMF의 경고등까지 켜졌다”며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에 경기가 침체하다 하반기 반등)’ 전망에 기반해 확실한 2%대 반등을 예상한 내년 성장률마저 위태하다”고 분석했다.

IMF의 진단처럼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구조, 일명 ‘L자형’ 경기 침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의 잠재성장률(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은 2001~2005년 5.1%에서 2021~2022년 2.0%로 떨어졌다. 경제 기초 체력이 떨어져 성장 엔진이 꺼져간다는 얘기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3고의 충격을 가장 먼저, 고통스럽게 맞을 취약층을 챙기면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며 “중국을 대체할 수출국 다변화, 노동 생산성 향상, 미래 먹거리 위주 산업 구조조정, 지지부진한 규제 개혁 등 과제가 쌓여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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