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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용 임명동의안 부결…30년 만에 사법수장 공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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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9호 01면

168석의 거야(巨野) 주도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이 무산되면서 30년 만에 사법부 수장 공백사태가 빚어지게 됐다.

국회는 6일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쳐 총 투표수 295표 중 찬성 118표, 반대 175표, 기권 2표로 부결했다. 대법원장 후보자의 낙마는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8년 정기승 후보자 이후 두번째다. 새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명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등 다시 관련 절차를 마치려면 최소 두 달가량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대법원이 운영되는 건 1993년 김덕주 전 대법원장이 재산 공개에 따른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한 이후 30년 만이다.

이 후보자 임명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결과로 풀이된다. 국회 동의를 필요로하는 대법원장 임명안은 재적의원(298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한다. 이날 해외 순방 중인 김진표 의장과 입원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수감된 무소속 윤관석 의원 등 3명을 제외한 전원(295명)이 투표해 가결정족수는 148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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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표결에 앞서 민주당(167명)과 정의당(6명)은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 이외 기본소득당(1명), 진보당(1명),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5명) 등을 합치면 최대 부결 가능표는 180표다. 결과적으로 반대 175표는 부결 대열에서 이탈이 최소화됐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달 21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과 대비된다. 당시도 출석의원은 295명이었다. 표결 결과는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이었다. 2주만에 반대표, 즉 민주당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은 이가 39명 늘어난 셈이다. 그만큼 민주당의 강경기조도 더 짙어졌다.

이날 이 후보자 낙마로 민주당은 지난달 24일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퇴임한 이후 열흘 넘게 이어져 온 대법원장 공백사태의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대법원 업무 마비 사태부터 우려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의 경우 대법원장 없이 권한대행만으로 선고하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 1월로 임기가 끝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의 후임 제청 절차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날을 세웠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반듯하고 실력있는 법관을 부결시켜 초유의 사법부 장기 공백 상태를 초래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피해자는 국민이고 국민 권리를 인질로 잡고 정치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현 대표는 “개인적 사법 방탄을 위한 의회 테러 수준의 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법원장 임명이 좌절된 이균용 후보자는 “어서 빨리 훌륭한 분이 오셔서 대법원장 공백을 메우고 사법부가 빨리 안정을 찾는 것이 저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부결 직후 차기 후보자를 미리 검토했냐는 질문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새 후보자를 (표결 전에) 미리 찾아보려는 노력은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고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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