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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인 듯 예고 아닌 이 고등학교, 졸업생 합창단이 50주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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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숭실고등학교 졸업생들의 합창단인 숭실OB합창단이 창단 50주년 기념 공연을 연다. 사진 숭실OB합창단

서울 숭실고등학교 졸업생들의 합창단인 숭실OB합창단이 창단 50주년 기념 공연을 연다. 사진 숭실OB합창단

한국 최초의 피아니스트 김영환,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가고파’ 작곡가 김동진이 이 학교 출신이다. 여기에 연세대 작곡과 교수 최승한, 피아니스트 김주영ㆍ박종훈, 서울대 성악과 교수 전승현도 여기를 졸업했다.

서울 숭실고등학교의 졸업생 합창단 50주년 맞아 #재학생 합창단의 전통 깊어 #걸출한 음악가 여럿 배출

예술고등학교? 아니다.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 있는 숭실고등학교다. 1897년 평양에 설립됐고 한국 전쟁 이후 서울에 재개교한 학교다. 하나의 사립 남자 고등학교에서 이렇게 음악인이 많이 나왔다. 매년 4~5명, 많게는 10여명까지 음악대학 진학생을 기록했다. ‘숭실 예고’라는 별명이 공공연할 정도다.

특히 노래를 중심으로 쌓인 전통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학생들의 합창단이다. 1965년 당시의 교장이 처음 만들어 11월 서울시민회관에서 첫 합창제를 열었다. “음악에 재능이 있는 학생을 뽑고, 여기에 전국에서 음악 특기를 가진 학생을 별도로 선발해서 등록금을 면제해 주는 등 혜택을 많이 줬다”(91년 졸업생 정영석)고 한다.

학생 합창단은 이후 매년 정기연주회 무대에서 노래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하고, 선명회 합창단 지휘자를 초빙하는 수준급 무대들이었다. 졸업생 전봉초, 이인범, 김동진과 같은 한국 음악계의 대선배들도 종종 찬조 출연해 힘을 보탰고 방송에도 심심찮게 나갔다. 86년 졸업생 최운용은 “고등학생 시절 복식 호흡을 하며 최대로 집중해 노래하는 일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힘들었지만 소리가 어우러지는 순간에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고 기억했다.

합창단이 꾸준히 활동하면서 노래 잘하는 학교로 소문이 났다. 합창단 학생들은 일찍 등교해 연습하고, 점심시간과 방과 후에도 노래를 했다. 그러면서 노래 잘하는 독창자들이 여럿 나오게 됐다. 2013년에는 서울시교육청의 음악거점학교로 지정됐다. 1973년 12월에는 졸업생 합창단이 생겼고, 미국 LA, 뉴욕, 시카고에서도 숭실OB합창단으로 모였다. 성가곡, 오페라의 합창곡, 한국 가곡, 외국 가곡, 흑인 영가와 대중가요까지 가리지 않고 소화하는 합창단이다.

이 학교의 졸업생 합창단 연합이 창단 50주년을 맞아 무대에 선다. 다음 달 12일 오후 7시30분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리며 부제는 ‘감사와 소망의 축제’다. 한국의 숭실OB합창단과 LA숭실OB합창단, 미국 동부 숭실OB합창단이 한 데 모인 90여명이 무대에 오른다. 졸업생인 이영두, 임재홍, 이호중이 지휘를 맡으며 역시 졸업생인 클라리네티스트 정성윤도 함께 연주한다. ‘보리밭’ ‘순례자의 합창’, ‘사공의 그리움’ ‘가고파’ ‘평화의 기도’ 등을 남성 합창으로 편곡해 들려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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