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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김선욱의 첫 '내 집'…경기필 예술감독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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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리허설을 했던 김선욱. [사진 예술의전당]

올 4월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리허설을 했던 김선욱. [사진 예술의전당]

지휘자 김선욱(35)에게 처음으로 ‘내 집’이 생긴다. 경기아트센터는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으로 김선욱을 선임한다고 20일 발표했다. 임기는 내년 1월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다. 내년 1월 경기도 예술단의 신년음악회를 시작으로 한 해 약 10회 경기필을 지휘하게 된다.

피아니스트ㆍ지휘자 김선욱의 새로운 행보 #내년부터 2년동안 경기필 예술감독 재임

피아니스트로 세상에 등장해 지휘를 병행한 그의 첫 정착지다. 김선욱은 2006년 영국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불과 18세였다. 그때부터 그는 언젠가 지휘자가 되겠다는 꿈을 밝히곤 했다. “열두살에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듣고 소리가 가슴 속 불덩이를 타오르게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2010년에는 영국 왕립 음악원에서 지휘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3년 만에 졸업했다.

정식 데뷔 무대는 2020년 서울이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중요한 피아노 무대가 이어져 베토벤 소나타 전곡(32곡), 영국 프롬스 축제 데뷔 등을 소화해야 했다”며 데뷔를 미룬 이유를 설명했다. 또 “그동안 지휘의 어려움을 경험하는 시간이었는데 이제는 내 음악관에 대한 확실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해 12월 롯데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과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연주했다. 이어서 영국 본머스 심포니, 마카오 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산시향, 대전시향 등을 지휘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는 “피아노가 작은 우주라면 오케스트라는 큰 우주”라 비교하며 지휘와 피아노 연주를 병행하고 있다. “나는 음악을 하는 사람일 뿐 피아니스트와 지휘자의 범주 구분은 불필요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상임 지휘자, 예술감독은 맡은 적이 없었다. 이제 경기필에서 김선욱은 시즌의 정기 공연 기획, 단원 운영과 선발 등의 권한을 가지고 오케스트라를 이끌어가게 된다. 11월에는 경기필의 신규단원 공개 채용에 참여할 예정이다. 경기필은 이탈리아 지휘자 마시모 자네티(61)가 지난해 7월 퇴임한 후 1년 넘게 예술감독이 공석이었다. 자네티는 4년 동안 경기필을 이끌었다.

김선욱과 경기필은 4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을 연주하며 처음 만났다. [사진 예술의전당]

김선욱과 경기필은 4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을 연주하며 처음 만났다. [사진 예술의전당]

김선욱과 경기필은 올 4월 서울 예술의전당의 교향악축제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연주했고 6월에도 같은 곡으로 경기아트센터 지휘대에 올랐다. 음악 칼럼니스트 황장원은 지휘자 김선욱에 대해 “피아니스트로서의 그처럼 악보에 충실하면서 옛 거장들의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사운드와 해석이 보인다”며 “젊은 단원이 많은 경기필인 만큼 젊은 지휘자가 시너지 효과를 내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김선욱은 다음 달 2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을 지휘하고 피아노 협연을 한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 ‘죽음과 변용’, 오페라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이틀 후에는 서울시향 단원들과 실내악 공연을 연다. 지휘 무대는 해외에서도 계속된다. 내년 1월 영국에서 본머스 심포니, 2월 헝가리에서 프란츠 리스트 체임버 오케스트라, 3월 루마니아에서 제오르제 에네스쿠 필하모닉, 4월 폴란드에서 슬라스카 필하모니아를 지휘하는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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