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들 중 단 한 명도 교육부 통제 옳다고 안 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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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61.사진) 고려대 총장은 "미국 하버드와 영국 옥스퍼드 등 세계 일류대학을 대부분 돌아봤지만 한국 대학처럼 느슨한 곳은 없더라"며 "대학사회의 개혁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어 총장은 22일 고려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은 바뀌었고, 그 달라진 환경에 맞춰 국제경쟁력을 갖춘 리더를 만들어 내는 게 바로 대학 개혁"이라며 그같이 덧붙였다. 그는 '막걸리 대학' '민족 고대'로 불리던 고려대를 국제화의 선두주자로 탈바꿈시켜 대학사회에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13일 고려대 전체 교수가 실시한 총장 후보 자격심사에서 탈락해 연임이 좌절됐다. 잔여 임기는 다음달 20일까지다.

어 총장은 "내가 너무 빠르게 많은 것을 밀어붙여 교수들이 힘들었고, 개혁 피로감도 있었던 같다"며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물이 100도에서 끓듯이 현재 온도가 80도쯤인 한국 대학들은 머잖아 7~8개 대학이 세계 100위권 안에 도약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대해서는 "대학총장 중에서 교육부의 통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지만 거기에 저항하면 받는 페널티(벌칙)가 너무 크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교육부가 이런 식으로 통제하고, 사립대학이 수준과 질을 높이지 않으면 앞으로 학생들이 중국이나 홍콩 대학으로 몰려가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며 "교육부는 이제 (입시 등의) 교육행정에서는 손을 떼고 인적자원의 개발과 관리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입시에 대해선 "삼성과 LG가 신입사원을 뽑는 데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면 말이 되겠느냐"며 "대학입시도 이젠 대학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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