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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 3대규제 풀어 신산업 키운다…윤 대통령 “속도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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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업규제 대폭 손질 나선 정부

정부가 전국 1274개 산업단지의 ‘3대 규제’로 꼽히는 입주 업종, 토지 용도, 매매 및 임대 제한을 뜯어고친다. 또 외국인 고용한도가 대폭 확대되고 화학물질 규제 강도는 선진국 수준으로 조정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서울 구로디지털산업단지 G밸리산업박물관에서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일할 사람이 있고, 또 이를 원하고 필요로 하는 기업이 있는데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가 이를 가로막는다면 신속하게 고쳐나가야 한다”면서 이 같은 정부 방침을 밝혔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회의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꼭 풀어야 하는 킬러 규제 혁파에 우리 모두 집중해야 한다. 규제를 푸는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강조했다. 킬러 규제란 기업 투자를 저해하는 결정적인 규제를 의미한다. 정부는 3대 킬러 규제로 외국 인력 문제 외에 산업단지(산단) 입지 규제와 화학물질 관리 같은 환경 규제를 꼽으며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의 킬러 규제는 더는 방치할 수 없다. 12만 기업이 입주해 있는 산업단지는 60년간 경제성장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2021년 기준 국내 제조업 생산의 62.5%, 고용의 53.7%를 담당한다. 하지만 전통적 제조업에 치중됐거나 노후산단(착공 후 20년 이상)이 증가하고, 카페·편의점·주차장 등 편의시설도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쌓이고 있다.

정부는 우선 첨단·신산업 입주와 투자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재 산단 내 반도체·디스플레이·정보통신기기 기업 비중은 3.6%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이어진 경직된 입주 업종 제한을 푼다. 산단 조성 시 결정된 입주 업종은 5년마다 재검토해 산업 변화 등에 맞춰 조정하기로 했다. 업종이 확립되지 않은 신산업은 전문가 기구를 통해 업종, 입주 가능 여부를 빠르게 판정한다. 또 제조업을 지원하는 법률·세무·금융 서비스업의 산업용지 입주도 가능해진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기업의 투자 장벽도 대폭 헐어낸다. 현재는 공장 설립 후 5년 동안 매매·임대가 제한된다. 앞으로는 입주 기업의 공장(용지 포함)을 금융회사 등에 ‘매각 후 임대’하는 자산 유동화를 비수도권 산단에 허용한다. 특정 기업이 직접 개발·조성해 사용하는 개별기업 전용 산단엔 원래 정해진 업종 외에 추가적인 첨단 기업 입주도 허용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기존에 섬유 등으로 업종이 제한됐던 구로디지털산단도 IT·지식 산업 등이 들어오면서 지금처럼 완전히 탈바꿈했다. 산단 규제 개선 효과가 당장은 안 보여도 나중엔 구로처럼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청년이 찾는 산단’ 조성을 내세웠다. 산단 내 19~34세 청년 근로자 비율이 29%(2020년 기준)에 불과한데, 편의시설 등 산단 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개발계획 변경 없이 토지 용도를 산업용에서 지원용으로 바꿀 수 있는 면적 상한을 확대한다. 산단별 3만㎡에서 최대 10만㎡까지 늘리는 식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이번 발표로 기존의 정부 재정 투입 대신 민간 투자 유치 중심으로 산단 정책 방향을 틀게 됐다. 지난 정부에서 진행한 ‘산단 대개조’ 사업은 큰 효과가 없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노후 산단도 2010년 258개에서 2025년 526개로 두 배로 늘어났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산단 규제 개선으로 2033년까지 24조4000억원 이상의 투자 유발, 1만2600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킬러 규제 혁파 방안’으로 우선 고용허가제 개편을 통해 사업장별 외국인 근로자 수 고용한도를 지금보다 2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늘어난 인력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기존 11만 명에서 12만 명으로 늘린다. 법무부는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하면 3년간 국내 취업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외국 인력 고용이 제한됐던 업종도 줄인다. 만성적 인력난을 겪는 택배업과 공항 지상조업 상하차 직종이 대상이다. 인력난이 심한 업종의 외국 인력 활용 방안도 추가로 마련한다. 호텔·콘도업의 청소 업무와 음식점업의 주방 보조일과 같은 단순 직무가 검토 대상이다. 과도한 서류작업을 완화하는 등 절차는 간소화한다.

환경부가 이날 공개한 규제혁파 방안의 핵심은 화학물질을 등록하고 평가하는 등의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규제 강도를 연내에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에 대해서는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규제를 합리화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번 규제 개선을 통해 2030년까지 총 8조8000억원의 경제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세계적인 기술 경쟁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다. 반면에 환경단체는 “환경부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환경영향평가마저 완화해 국토 난개발을 부추기고 있다”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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