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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지하철 80분, 분 단위로 동선 짜도 아침마다 뜀박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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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시 서초3동 예술의전당에서 근무하는 심은주(42)씨는 출근길 동행에 나선 취재진에게 “좀 뛰어야 하는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서울 서북쪽 끝인 은평구 진관동 집에서 남쪽 끝자락의 직장까지 직선거리로만 21㎞ 이상 이동해야 한다.

오전 6시20분 집을 나서는 심씨의 머리카락은 축축했다.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났지만, 출근시간인 8시에 맞추려면 어깨 아래에 닿는 긴 머리를 완전히 말릴 여유가 없다. 그의 출근 동선은 거의 분 단위로 짜여 있다. 집과 버스, 지하철 사이의 틈은 모두 심씨의 달리기로 채워진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 구파발역 승강장으로 숨차게 달려간 그는 “이렇게 뛰어도 어떨 때는 못 앉는다”고 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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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서초1동에 사는 오명진(39)씨의 직장도 심씨와 같은 서초3동에 있다. 오씨도 심씨처럼 아침 달리기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달리기는 목적지도 의미도 전혀 달랐다. 지난달 25일 오전 5시20분쯤, 막 잠에서 깬 오씨가 운동복 차림으로 인근 서울교대 운동장으로 향했다. 오씨는 이곳에서 약 1시간가량 스트레칭과 달리기를 했다. 빈 좌석 쟁탈이란 목적을 위해 달리는 심씨와 달리, 오씨의 목적은 건강과 다이어트였다. 그는 “야근이나 회식은 내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건강을 챙기려면 대신 아침에 운동해야 한다”고 했다.

‘통근시간이 주관적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효과 및 통근시간 가치 분석’(전혜란, 2020) 논문에 따르면, 모든 가구 유형에서 통근시간이 길어질수록 삶의 만족도는 하락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장거리 출퇴근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도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지난해 발표된 ‘출퇴근 소요 시간과 주관적 정신건강과의 관련성’(이효춘 외 4명, 2022) 연구에 따르면 왕복 통근시간이 30분 이하인 취업자에 비해 120분 이상인 취업자는 1.47배의 우울감을 느꼈고, 불안감은 2.03배, 피로감은 2.12배에 달했다.

실제로 서울 종로 직장으로 출근하는 워킹맘 지혜영(45)씨는 10년 전 서울 월계동에서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으로 이사한 뒤 허리 디스크, 급성 A형 간염 등을 앓았다. 편도 30~40분이던 출퇴근 시간이 1시간 넘게 늘어나면서 얻은 병이다. 만성 피로와 스트레스도 계속됐다. 이사올 당시 유치원생이던 아이도 자주 감기에 걸리고 체중이 줄어드는 등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는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했다.

류재홍 경희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출퇴근은 매일 반복되는 일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면 삶의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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