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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2329만명 출퇴근 길에 오릅니다. 30분 내 출근자는 1128만명으로 절반도 안됩니다. ‘출근 1번지’(서울 여의동ㆍ역삼동ㆍ종로동ㆍ가산동ㆍ명동ㆍ서초동)를 오가는 통근자 12명을 동행ㆍ심층 인터뷰했습니다. 매일 겪지만 아무도 몰랐던 출퇴근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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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30 05:00

신도시·교통망 늘렸다고? '출퇴근 지옥'만 넓힌 30년 정책 역설

대광위 관계자는 "출퇴근 고통이 중요한 사회 문제임을 인식하고 있다"며 "국민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 광역교통 인프라 구축과 광역버스를 확대 등을 지속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교통망 확장은 곧 수도권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며 "평균값을 따졌을 때 직장인들이 거리에서 버리는 시간은 이전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정책의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재민 한국도시정책연구소장은 "직장인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겠다는 과녁을 설정한 뒤 신도시를 만들고 교통망을 확충하는 등 화살을 쏘았지만 결국 출퇴근 시간을 줄이진 못했다"며 "이젠 직주근접이란 신기루에 가까운 목표에 집중하지 않고 수도권 과밀화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출퇴근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미씨, 첫 우수직원 됐다…출퇴근 3시간 줄이자 일어난 일

6월 30일 오전 7시30분 버스에 탑승한 신씨는 "버스는 정시성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지난 3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대졸 신규입직자 84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통근이 직장 만족도 및 이직의향에 미치는 영향(배호중)’ 연구에 따르면 통근 시간에 90분 이상을 사용하는 직장인은 20분 미만을 사용하는 직장인에 비해 이직 의향이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는 ‘통근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수록 직장 만족도가 낮았으며, 직장과의 거리가 멀수록 직장 만족도가 낮을 가능성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어느날 디스크가 덮쳤다…출근길 1시간 길어지자 벌어진 일

임종한 인하대병원 작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출퇴근 시간이 길면 도로에서 여러 유해 물질에 노출되는 시간도 길어지고, 세포의 화학적 구조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며 "스트레스로 몸의 조절 기능을 떨어뜨려 신체 방어 기능을 손상하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여러 질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약 20분의 출근길 동안 ‘건강’이라는 단어를 8번이나 사용한 그는 "회사까지 거리가 멀던 땐 지금보다 체중이 10㎏ 이상 더 나갔다. 류재홍 경희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출퇴근은 매일 반복되는 일이기 때문에 그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면 삶의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며 "출퇴근 시간과 정신건강이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등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빨리 씻어" 고성…아들 위해 이사했는데 아들과 멀어졌다

상일동 이사 후 3년이 지난 6월 26일 만난 김씨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먼 곳으로 이사했는데, 오히려 가족의 행복과 더 멀어진 것 같다"고 한탄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2014년 한국노동패널조사에 참여한 만 15세~만 74세 인구 약 1만명을 분석한 결과 통근 시간이 60분 미만인 집단에선 가족 활동에 90분 이상 투입한다는 응답자가 39%였지만, 통근 시간이 150분 이상일 경우엔 21%로 급감했다. 또 통근 시간이 60분 미만일 경우 매일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는 응답자가 절반 이상(52%)인 것과 달리 150분 이상일 경우 33%로 낮아졌다.

"버스 놓치면 끝" 비장한 아침…남들 운동할 때, 난 살려고 뛴다

원피스나 굽이 있는 구두 대신 검은색 바지에 가벼운 샌들을 신고 집을 나선 그는 "30분에 오는 버스를 꼭 타야 한다"며 발길을 재촉했다. 오씨의 집과 직장은 도보 15분 거리인 1.3㎞ 떨어져 있고, 업무 시작 시각은 오전 9시다. 오씨는 야근과 회식이 잦은 편이라 오후 9~10시에 귀가할 때도 더러 있지만, 집에 도착해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며 잘 준비를 할 시간 정도는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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