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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태 역내 위기 땐 한미일 협의 의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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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미·일이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첫 별도의 정상회의에서 기술 및 방위와 관련한 일련의 ‘이니셔티브들(Initiatives·구상)’을 발족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16일 익명의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정부 당국자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상호 방위를 보장하는 정식 안보협약을 맺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역내 위기 상황 발생 시 (방위) 책무(responsibilities)에 대한 상호간의 이해에 합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를 안보 영역에서 좀 더 가깝게 만들 일부 조치들을 기대한다”며 “그와 같은 조치들을 통해 우리의 집단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정부 안팎에선 이니셔티브에 ‘(인도·태평양) 역내에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3국 간 협의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태 지역 내 위기 상황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물론 중국에 의한 남중국해나 대만해협 등에서의 군사적 위기 상황도 포함된다. 따라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 같은 위기 상황에 미국이 요구할 경우 한국과 일본은 반드시 협의에 응해야 한다.

앞서 미국 악시오스도 지난 14일 “3국 정상은 군사적 협력(합동 군사훈련 정례화 등) 방안과 함께 위기 시 협의 의무(duty to consult with each other in a crisis)를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5일 3국 외교장관 화상회담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의는 3자 동맹의 새로운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의 의제와 관련해 블링컨 장관은 “회담의 상당 부분은 경제안보를 포함해 안보에 할애될 것”이라며 “우리의 안보와 더 넓게는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를 위한 역량 강화를 위해 취할 강력한 조치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책무에 대한 상호 이해’와 같은 복잡한 표현과 내용의 합의가 불가피한 것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 수요는 점증하고 있지만 당장 한·미·일 또는 한·일 군사동맹을 모색하기 어렵다는 현실론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동맹 차원의 접근은 고려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으로선 합의 가능한 수준에서 3국 안보 공조 강화의 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 참모 출신인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 석좌는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한·일 사이에 이룬 일부 진전들을 제도화하고 그것을 다시 되돌리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한·일 간 화해를 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안보·경제 획기적 협력 ‘캠프 데이비드 정신’ 채택 검토

지난 15일 박진 외교부 장관(사진 아래)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 위),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화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들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되는 한·미·일 정상회의가 성공적인 회의가 될 수 있도록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 [사진 외교부]

지난 15일 박진 외교부 장관(사진 아래)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 위),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화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들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되는 한·미·일 정상회의가 성공적인 회의가 될 수 있도록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 [사진 외교부]

향후 정상회의 개최 연례화와 정상 간 핫라인 구축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정부 고위급 정례회의를 포함해 다양한 레벨에서 3국 협력을 제도화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3국이 정상뿐 아니라 국가안보실장, 외교장관, 국방장관도 각각 매년 정기 회의를 개최한다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담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3국 협력의 ‘확장성’도 논의될 예정이다. 미국으로선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강화를 희망하는 한·일과 공조의 폭을 넓히는 방식으로 한·미·일 3국의 결속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한국과 일본은 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핵심 동맹이며 삼각 공조를 강화하는 것은 미국뿐 아니라 역내 및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는 대서양과 유럽 지역의 안보와도 깊이 관련돼 있다”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협력 강화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이번 정상회의에서 3국은 각 분야에서 3국 협력을 획기적으로 심화시키는 내용의 ‘캠프 데이비드 정신(Spirit of Camp David)’ 문건 채택도 검토하고 있다.

3국 정상회의 개최 횟수 그래픽 이미지.

3국 정상회의 개최 횟수 그래픽 이미지.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북핵 대응 등 전통적인 안보 분야는 물론이고 경제안보 분야 협력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협력의 정신과 원칙, 미래의 지향점 등을 명시한 여러 문건 채택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캠프 데이비드는 중동 평화협정 등 과거 세계 지도자들 사이에서 역사적 합의가 이뤄졌던 곳이다. 문건 제목에 캠프 데이비드를 명시하는 것도 이번 3국 정상회의가 향후 인도·태평양 역내 안보 측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편 이번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대한 표현을 담되, 구체적인 문구는 발표 직전까지 조율될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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