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역시 「핸드볼 마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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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북극곰」소련이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3연패의 위엄을 달성했다.
소련은 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제10회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최종일 결승전에서 유고를 24-22로 제압, 지난 82년 헝가리대회이래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또 3, 4위 전에서는 독일B(동독)가 독일A(서독)를 25-19로 꺾었으며 5,6위 전에서는 오스트리아가 예상을 뒤엎고 서울올림픽 준 우승국 노르웨이를 23-19로 이겼다.
이로써 92바르셀로나 올림픽 출전권은 소련·유고를 비롯, 다음대회부터 단일 팀으로 출전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4개 팀에 돌아갔으며 11위에 머무른 한국은 내년8월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지역예선 겸함)에서 우승해야 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됐다.
소련이 세계강호들을 모조리 제압하고 저승으로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서울올림픽에서 한국에 충격적 패배(?)를 당한 후 대대적인 체질개선과 함께 기술개발에 주력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소련대표팀의 알렉산드르다라시코프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3연패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서울올림픽에서 한국에 패한 게 큰 자극제가 됐기 때문』이라면서 『소련은 당시 대회가 끝난 직후 코칭스태프는 물론이고 선수 및 협회간부들도 대부분 교체됐다』고 말해 파장이 컸음을 나타냈다.
다라시코프 감독은 『당시 한국팀의 스피드와 개인기는 놀랄 정도였다』며 『서울올림픽이 끝난 후 소련을 비롯한 유럽각국이 한국의 빠른 속공과 스카이슛 등 아시아 특유의 핸드볼패턴을 배우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했다』고 털어놨다.
『한국이 88년 당시보다 약해졌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힌 다라시코프 감독은『다만 소련 등 유럽 팀들이 종래 파워위주의 공격·수비형태에다 한국의 스피드와 기술을 접목시킨 게 주효했다』면서 『이에 비해 한국은 공격패턴이나 작전에서 별로 달라진 변화가 없는 것이 이번 대회 부진의 원인으로 생각한다』고 풀이했다.
특히 소련·유고 등 북동구 팀들은 1m80㎝가 넘는 장신거포들임에도 몸놀림이 유연해 종래에 보지 못했던 페인트슛(GK와 등지고 하는 슛)을 수시로 성공시키는가 하면 오른손 드리블 후 막 바로 왼손 슛을 날리는 기막힌 플레이 등 엄청난 기술개발을 과시했다. 한마디로 한국은 자만 속에 해외정보에 어두워 자멸을 초래, 6억8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세계핸드볼의 봉(봉)노릇을 한 꼴이 되고 말았다.
◇베스트7명단
▲GK=송지현(대구시청) ▲라이트백=스베틀라나 비드리나(소련) ▲센터백=스베틀라나 키티크(유고) ▲레프트백=안자 크루거(동독) ▲포스트=스베틀라나 안티크(유고) ▲라이트윙=보제나 카르쿠트(폴란드) ▲레프트윙=엘레나 네마슈칼로(소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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