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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중 외교장관 회담부터 양국 간 오해 푸는 노력 해주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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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진 외교부 장관이 2022년 7월 7일 당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G20 외교 장관 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왕 부장 후임으로 친강 외교부장이 취임했다.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2022년 7월 7일 당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G20 외교 장관 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왕 부장 후임으로 친강 외교부장이 취임했다. [연합뉴스]

미·중 갈등 속 한·중 관계도 불편한 현안 생겨 와

박진-친강 외교 채널 재개로 갈등 소지 해소하길

미국과 중국의 핵심 기술 패권 경쟁에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등으로 불편해진 한국과 중국 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92년 수교 이후 31년간 경제적으로 긴밀해진 한·중 관계는 최근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 움츠러든 상황이지만, 한·중 사이의 오해와 갈등을 방치하면 모두에게 이로울 게 없다는 현실 인식 역시 긴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1년간 한·중 사이엔 풀어야 할 오해가 생겼고, 현안도 쌓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엔 중국이 북한의 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줄 것을 기대하며 대중 로키(low-key) 외교를 펼쳤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막지 못하자 자연스레 윤석열 새 정부는 중국 역할론에 불신을 갖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외교 역량을 집중해 왔다. 그 와중에 지난달 윤 대통령이 방미 직전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한 발언이 공개되자 중국이 반발했고, 이후 외교 당국자 간에 감정 섞인 설전이 오갔다. 결과적으론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모양새였다.

그러자 주한 미군의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이후 중국이 한국에 ‘한한령(限韓令)’을 발동했던 것처럼 이번에 또다시 보복을 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 한국 포털사이트 접속이 갑자기 끊기고, 예정됐던 한국 가수의 중국 프로그램 출연이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사생활이 지나치게 노출될 정도로 중국 외교부가 한국인의 비자 서류를 세세하게 작성하도록 요구한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이 와중에 양국의 외교 당국자끼리 대화 움직임이 재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2일 외교부 아시아 담당 국장을 서울로 파견해 3시간30분 동안 현안 협의를 나눴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중국 측은 “대만 문제에 대해 한국이 더 나아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내친김에 박진 외교부 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이른 시일 내에 만난다면 불필요한 오해들을 푸는 좋은 전기가 될 것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최근 “한·중 양자 간 전략대화를 시작해 보려 한다. 계획이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안이 적극적으로 논의되면 적절한 시점에 한·중·일 정상회담도 얘기할 분위기가 오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한·중 정상회담으로 직행하기 불편하다면 한·중·일 정상회담을 징검다리로 삼는 절충안도 검토하길 바란다. 대화와 소통이야말로 건설적 외교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