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이라더니 가격 50% 폭락 굴욕…샤인머스캣의 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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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김천시 아포읍 김천포도회 포도수출유통센터에서 개별 포장된 샤인머스캣이 상자에 담겨 있다. 김정석 기자

경북 김천시 아포읍 김천포도회 포도수출유통센터에서 개별 포장된 샤인머스캣이 상자에 담겨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2일 경북 영천시 영천농업기술센터에 샤인머스캣 재배농 2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영천 포도 전국 최고’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날 이곳에서는 ‘영천 스타샤인머스캣 품질관리단(이하 품질관리단)’ 발대식이 열렸다.

한때 효자 농산물로 불렸지만 

품질관리단은 지난해 품질이 낮은 샤인머스캣이 대량 출하돼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이를 회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됐다. 생산·출하·유통 전 과정에서 단계별로 품질 관리를 강화해 경쟁력 있는 샤인머스캣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한때 샤인머스캣은 일반 포도보다 희소성이 높고 맛이 좋은 데다 껍질과 씨를 분리하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어 고급 과일로 평가받았다. 농가 입장에서는 수익성도 높아 ‘효자 농산물’로 불렸다.

지난 2일 경북 영천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재배농가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천 스타샤인머스캣 품질관리단 발대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영천시

지난 2일 경북 영천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재배농가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천 스타샤인머스캣 품질관리단 발대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영천시

수익성만 노린 농가에 결국 '외면' 

하지만 높은 수익성을 노린 농가들이 너도나도 샤인머스캣 재배에 뛰어들고 일부 농가에서 비싼 가격을 받기 위해 정상 출하 시기보다 앞당겨 샤인머스캣을 시장에 내놓는 일이 늘어나면서 점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결국 지난해 추석에는 평년 대비 50% 가까이 가격이 폭락하기도 했다.

최기문 영천시장은 “포도가 영천을 대표하는 농산물인 만큼 영천산 과일(샤인머스캣)의 우수성을 지속해서 알려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농가 등 관계자 모두가 힘을 합쳐 철저한 품질 및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한다”며 “시도 영천 포도의 가치를 높이고 차별화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대 주산지도 품질향상 나서 

샤인머스캣 전국 최대 주산지인 경북 김천 역시 샤인머스캣 품질 향상에 나섰다. 김천시는 지난 3월 8일 농민 100여 명을 대상으로 ‘2023년 농업인대학 샤인머스캣 과정’ 입학식을 열고 오는 10월까지 총 100시간의 교육 과정을 시작했다.

김천은 전국에서 샤인머스캣 재배농가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샤인머스캣 재배농가 5099곳 중 약 33%에 해당하는 1680곳이 김천에 있다. 본래 김천은 포도 주산지다. 5700여 농가가 2500㏊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이 중 1800㏊에서 샤인머스캣을 재배하고 있다.

김천시는 교육 과정을 통해 샤인머스캣과 포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강의는 물론 병해충 방제, 올바른 유통 방법, 조기 출하 근절, 당도·생산자 표기 준수 등을 지도할 방침이다. 특히 입학식에서는 입학생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명품 샤인머스캣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경북 김천시 아포읍 김천포도회 포도수출유통센터에서 작업자가 포도 선별·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경북 김천시 아포읍 김천포도회 포도수출유통센터에서 작업자가 포도 선별·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어깨 무거워진 농업인대학 입학생 

이와 관련해 김천시는 샤인머스캣 재배농가에 송이 크기와 일정 당도 기준을 지키는 조건으로 포장재를 지원하고 있다. 또 출하 시기가 되면 서한을 통해 고품질 샤인머스캣을 출하해 달라고 당부하거나 출하 시 적정 기준을 지켜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시내 곳곳에 내거는 등 홍보 활동도 진행한다.

김충섭 김천시장은 “김천시농업인대학 입학생은 정상적인 생산·출하 과정을 지켜 지역을 대표하는 선도 농가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천과 김천 외에 샤인머스캣을 활발히 생산하고 있는 경북 경산시도 제품을 차에 싣기 전 샘플링 당도 검사를 거쳐 당도가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샤인머스캣 지원사업 선정 때 페널티를 부여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상주시 역시 생산자들과 함께 샤인머스캣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관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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