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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 사고 매년 수백 건…‘민식이법’ 4년, 달라진 게 없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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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호 08면

지난달 대전과 부산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자치단체가 안전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스쿨존 내 사고를 줄이기 위해 이른바 ‘민식이법’을 2020년 도입한 후에도 사고가 한해 수백건씩 발생하고 있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5일 전국 각 자치단체와 교육청 등에 따르면 부산시교육청은 비탈길이 많아 안전사고 개연성이 큰 부산 초등학교 50곳에 ‘통학 안전 지킴이’를 배치하고 경사가 10도 이상인 도로에 있는 스쿨존은 안전성 여부도 조사하기로 했다. 또 통학 여건이 열악한 초등학교 104곳에 지원하는 통학 버스를 고지대와 급경사 지역 학교에도 지원하고 통학로 안전교육도 강화한다. 이는 지난달 28일 부산 영도구 청학동 앞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 때문이다. 하역 작업 중이던 1.5t 원통형 화물이 떨어져 100여m 정도 내리막길을 굴러가다 초등학생 3명과 30대 여성 1명 등 4명을 덮쳤다. 이 때문에 10세 소녀가 숨졌다. 영도구도 재발 방지를 위해 이달 말까지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 펜스를 점검하고, 스테인리스강 등 충격에 강한 소재로 교체하기로 했다.

스쿨존, 학교

스쿨존, 학교

부산보다 앞서 스쿨존 사고가 발생한 대전시는 서구 둔산동 공작네거리와 관저동 느리울네거리 등 초·중·고교가 밀집한 어린이보호구역 2곳에 무인 교통 단속카메라를 설치한다. 단속카메라는 이륜차 후면 번호판도 찍을 수 있도록 설치하고, 자동차 꼬리물기 등 위반행위도 단속한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8일 오후 2시 21분쯤 만취 상태인 운전자가 승용차를 몰고 가다 인도로 돌진, 9세 소녀를 치어 숨지게 하고 다른 어린이 3명을 다치게 했다. 사고 운전자에게는 2020년 3월 시행된 이른바 ‘민식이법’(개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됐다.

2019년 9월 충남 아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건널목을 지나던 김민식 군이 교통사고로 숨졌다. 이를 계기로 도로교통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스쿨존에서 만 12세 미만 어린이를 사망하게 한 운전자를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며,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 500만~3000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스쿨존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 건수는 2019년 567건에서 민식이법이 시행된 2020년 483건으로 줄었다가 이듬해 다시 523건으로 늘었다. 2022년에는 9월까지 399건이다.

이철기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아무리 처벌 수위를 높이고 교통안전 시설물을 확충해도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은 한 스쿨존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거리두기가 끝난 후 회식 증가로 음주운전 사고도 늘고 있어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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