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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잉주 11박 12일 방중…전 대만총통 74년 만에 첫 본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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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7일 상하이 푸둥공항에 도착한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환영 나온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중국과 대만이 분리된 지 74년 만에 이뤄진 전직 대만 총통의 첫 본토 방문이다. [AFP=연합뉴스]

27일 상하이 푸둥공항에 도착한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환영 나온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중국과 대만이 분리된 지 74년 만에 이뤄진 전직 대만 총통의 첫 본토 방문이다. [AFP=연합뉴스]

마잉주(馬英九·73) 전 대만 총통이 27일 오후 5시(현지시간) 상하이 푸둥(浦東) 공항에 착륙했다.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 분리 74년 만에 이뤄진 전직 대만 총통의 첫 본토 방문이다.

마 전 총통은 대만 출발 직전 공항에서 “첫 중국 대륙 방문”이라며 “정부에서 양안 업무를 37세에 맡아 지금 73세이니 36년을 기다려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성묘 외에 대만 대학생들과 함께 대륙으로 교류하러 간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만방송(TVBS)은 차관급인 천위안펑(陳元豐) 중국공산당 대만판공실 부주임, 중샤오민(鐘曉敏) 상하이시 대만판공실 주임이 공항 계류장까지 나와 마 전 총통을 영접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대만 연합보가 중국 권력 서열 6위의 정치국 상무위원 딩쉐샹(丁薛祥·61) 상무부총리가 영접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중국은 국빈 방중한 외국 정상의 경우 차관급 영접이 의전 관례다. 마 전 총통은 공항에서 곧바로 상하이 훙차오(虹橋) 고속철도 역사로 이동해 첫 숙박지 난징(南京)으로 향했다.

중국이 마 전 총통을 정상급 의전으로 환대한 데는 대만 집권 민진당에 대한 불만이 자리한다. 마 전 총통이 재임한 2008~2016년 국민당 집권기는 양안 관계 황금기로 불린다. 2015년 11월에는 싱가포르에서 시진핑(習近平·70) 중국 국가주석과 역사적인 양안 회담이 열렸다. 중국은 내년 1월 14일 치러질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독립 성향의 민진당 재집권을 막기 위해 여권을 고립시키고 야권에는 유화 카드를 흔들고 있다. 29일 대만을 출국해 내달 7일까지 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해 대만의 중남미 수교국 과테말라·벨리즈를 방문하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귀국일과 마 전 총통의 대만 귀국일을 같은 날로 맞춘 이유다.

‘성묘 여행’으로 부르는 마 전 총통의 본토 방문은 11박 12일 동안 상하이→난징→우한→창사→충칭을 거쳐 7일 상하이에서 끝난다. 28일 양안 모두 국부(國父)로 부르는 쑨중산(孫中山) 능 참배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국민당의 중화민국 정부가 1942년 후난(湖南) 헝양(衡陽)에 조성한 중일전쟁 순국자 묘소인 남악충렬사, 난징대학살기념관, 충칭 항전유적박물관 등 항일 유적지 방문이 일정에 포함됐다. 총통 선거를 1년여 앞두고 정치색을 빼기 위해 베이징 방문을 제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만남은 없을 예정이다.

대만에서는 여야 공방이 벌어졌다. 민진당의 장즈하오(張志豪) 대변인은 27일 “베이징이 마 전 총통 방중 하루 전에 맞춰 대만-온두라스 단교를 조작했다”며 “마잉주는 전 총통으로 응당 일정을 조정해 하루 혹은 이틀 늦춰야 했지만 도리어 남이 얼굴에 침을 뱉어도 저절로 마르기를 기다리는 타면자건(唾面自乾)을 택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이에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주석은 “마 전 총통이 중화민국의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믿는다”며 “양안 관계가 더 평화로워지길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합할 것”이라며 지지했다. 총통부는 “마잉주는 전 국가원수”라며 “중국 대륙정부는 국제적으로 전임 원수를 접대하는 기본 원칙에 맞춰 격식 있는 대우를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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