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뿜으며 "항문 적시면…" 서울시 시정 질의서 나온 '비데'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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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대소변 흡수용품을 시연 중인 서울시의회 의원(왼쪽). 오른쪽은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 [사진 서울시의회]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대소변 흡수용품을 시연 중인 서울시의회 의원(왼쪽). 오른쪽은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 [사진 서울시의회]

지난달 28일 열린 서울시의회 제316회 임시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장. 시의원들이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에게 시정 질의를 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A의원이 갑자기 보건복지위원회 위원과 서울시 공무원에게 휴대용 비데 제품을 나눠주라고 요구했다.

A의원도 같은 제품을 받아들었다. 그는 스포이트 형태 제품에서 나오는 물을 플라스틱 계량컵에 뿜으며 “이걸 잡으면 자동으로 물이 나온다. (이렇게 제품에서 나온) 물이 항문을 적시고 비데가 된다(‘비데와 같은 효과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하며 시연했다.

질의 도중 제품 시연한 서울시의원

서울시의회 제316회 임시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한 시의원(왼쪽)이 질의 도중 제품을 나눠주고 직접 뜯어 시연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 [사진 서울시의회]

서울시의회 제316회 임시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한 시의원(왼쪽)이 질의 도중 제품을 나눠주고 직접 뜯어 시연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 [사진 서울시의회]

A의원에 따르면 그는 서울시 '뇌병변 장애인 대·소변 흡수 용품구매 지원'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휴대용 비데를 꺼냈다고 한다. 그는 “어린이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장기간 뇌병변으로 고통받는 장애인은 화장실까지 가기 힘들고 간다고 해도 대변을 처리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제품을 사용하면 위생적이면서도 간편하게 중증 장애인 대·소변을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A의원은 “일회용 비데가 1900원~2600원으로 비싸지도 않고 대량 구매하면 더 싸다”며 “복지정책실 차원에서 신경을 좀 써서 이런 걸 판 매체가 어딘지 좀 알아서, 중증장애시설이나 시립요양원, 공공병원에도 (구매)할 수 있도록 소관 부서에서 관심을 좀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의회 한 관계자는 “의회에서 특정 제품을 소개하고 시연까지 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일반적인 관행은 아니어서 많은 사람이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만약 시의원과 해당 업체가 이권 관계로 얽혀있거나 친인척 등 관련자가 개입한 업체라면 지방의원 행동강령 저촉 여부를 따져봐야겠지만, 기업 청탁을 받지 않고 순수한 취지에서 제품을 소개했다면 그 장소가 의회라고 하더라도 일단은 무리가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 역시 “이해충돌방지법을 적용하려면 말 그대로 이해관계가 충돌해야 하는데, 해당 기업과 기초의원이 이해관계가 없다면 위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런 의견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관계·청탁 없었다면 의회서 시연 가능”

서울시 장애여성인력개발센터. [사진 서울시]

서울시 장애여성인력개발센터. [사진 서울시]

해당 제품을 개발한 곳은 A시의원이 사는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 M사다. 이 회사는 A의원이 당선한 지역구(동)에서 약 2㎞가량 떨어져 있다. M사는 사단법인 N사가 운영하는 별도 영리 법인이다. N사는 여성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M사와 N사를 모두 보유한 허모 회장은 “서울시가 지정한 장애여성인력개발센터 일부를 N사가 운영한다"며 "A 의원이 M사 휴대용 비데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서울시의회에 알려졌다”고 말했다.

A의원은 “중증장애인이나 장애인 고용 비율이 80% 이상인 업체가 생산한 제품은 예산의 2% 이내에서 우선 구매가 가능한 법인이 있다”며 “중증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장애인 단체가 생산한 물건을 서울시가 우선 구매해서 중증장애인을 돕자는 취지로 소개했을 뿐, 특정 업체와 결탁했다는 건 오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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