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문화 은행'에 오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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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 장식 벽으로 물이 흘러 내리고, 예쁘장한 모던풍 소파가 놓여있고, 커피·녹차를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곳.
9월 문을 연 분당 이매동의 하나은행 하탑교 지점. 전체적으로 특급호텔의 로비를 연상시킨다. 고객들이 은행 업무와 관계없이 들러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다. 고객상담실은 클래식한 분위기로 꾸며 일반 가정의 거실같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지점장은 누굴까." 포근한 객장이 이런 궁금증을 일으킨다. 지점장은 40대 초반의 여성이었다. 지점장 경력 5년차인 조소영씨는 개점 공사 때부터 인테리어등을 꼼꼼히 챙겼다. 아파트가 밀집한 주거지역에서 주민들이 편하게 만나 대화할 장소는 흔치않다. 조 지점장은 은행이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까지 맡길 원하다.
그래서 객장 내 가구·벽지 및 소품 등 세세한 데까지 신경을 썼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빛을 발했다. 건물 뒤편의 주차장을 알리는 안내판도 눈에 띄게 설치해 찾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했다. 조 지점장은 "주민들이 은행을 쉬어가는 카페로 여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화은행'을 표방한다. 지역 문화행사에 직접 참여하거나 주민 참여를 돕고자 한다. 마침 가까이 지역 최대 문화예술기관인 성남아트센터가 있다. 연말 열리는 호두까기 인형과 마티네 콘서트 공연에 고객 추첨을 통해 25쌍을 초청할 계획이다.
하탑교 지점은 조 지점장 '작품'이다. 위치 선정부터 인테리어 등 모든 개점 준비를 조 지점장이 했다. 올 5월 하나은행이 은행권에서 처음 실시한 지점개설준비위원장 선(先)발령제도에 의한 것이었다. 발령받은 지점장들은 수도권 지역에서 지점 낼만한 곳을 자신이 직접 찾아내야 한다. 그후 은행 본부측에 설립 및 영업계획서를 제출해 승인받는다. 그의 표현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었다. 그는 운좋게 하나은행 및 다른 은행 지점도 없는 현재의 자리를 찾았다. 7월 말 본부의 심사를 거쳐 개점 허락이 떨어졌다.
여름내내 땀흘리며 지점 개설지역을 동분서주했다. 모든 아파트의 부녀회는 물론 관리사무소.경로당 등을 샅샅이 훑었다. 그리고 성남아트센터.파출소 등 관내 기관도 연이어 방문했다. 개점 전 고객 확보를 위해서다.
발령 4개월만인 9월 29일 드디어 지점을 열었다. 이른 시간인 오전 8시에 열린 개점식에 외부인사가 60명이나 참석했다. 은행 관계자들도 놀랐다. 그가 발품을 열심히 판 결과였다. 조 지점장의 간곡한 청탁으로 성남아트센터 이종덕 사장이 축사를 했다. 은행이 지역문화 활성화의 한 축을 맡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조 지점장의 은행 경력은 22년. VIP고객이 많은 압구정동 지점에서 PB(자산관리전문가)로 9년간 근무했다. 2002년 지점장으로 승진, 잠실역과 워커힐 지점장을 거쳤다. 남편은 제2금융권 회사 간부이고 중2 딸이 있다. 031-716-1111.

프리미엄 조한필 기자 chop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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