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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조종으로 쌍방울 접수…7개 계열사 거느린 김성태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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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상장기업인 쌍방울을 사실상 자기 자본 없이 인수한 세력이 경영진으로 들어가고, 그와 동시에 주가조작 행위에 들어갔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7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을 지배할 수 있게 된 배경엔 기업금융 범죄 전력이 있었다.

17일 법무부가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김 전 회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2014년 5월 시세조종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2017년 2월 서울남부지법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공항사진기자단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공항사진기자단

쌍방울 인수 전후 시세조종 이득액 347억+α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김 전 회장이 해외로 도피하면서 그의 친동생 김모 쌍방울그룹 부회장 등 7명이 먼저 재판에 넘겨졌다. 김 부회장은 2013년 12월 서울중앙지법 1심에서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피고인 중 유일하게 징역 5년 실형에 추징금 4억96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감경된 뒤 2018년 6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당시 판결문을 보면 김 전 회장과 김 부회장 등은 2010년 1월 쌍방울 인수 전후, 차명계좌 등을 이용해 쌍방울 주식에 대한 시세조종 매매주문을 시작했다. 이들이 취한 총 이득액은 ‘347억원+α’로 산출했다. 쌍방울 지분과 주식 매매계약 체결 전후 이뤄진 1차 시세조종 행위로 259억5300여만원, 2차 시세조종으로 27억8500여만원, 3차 59억8100여만원 등을 더한 금액이다.

해외로 도피했다가 붙잡힌 김 전 회장은 서울남부지법에서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 1년여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일반 투자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하고 시세조종 기간이 짧지 않았다”며 “취득한 이익도 큰 액수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호송차량에 탑승해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호송차량에 탑승해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9년 만에 ‘전환사채 허위공시’ 피고인으로

이랬던 김 전 회장이 9년 만에 또 금융범죄 사건 피고인이 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김 전 회장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오는 23일로 정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지만 사안이 중대한 만큼 김 전 회장이 직접 출석할 가능성도 있다.

김 전 회장은 전환사채 허위 공시를 비롯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다. 이 혐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방북 비용 대납 의혹과 비자금 조성에 활용된 5개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592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비해 주목도가 낮았다.

공소장을 보면 김 전 회장은 2018년 9월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와 광림의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쌍방울에서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최측근인 A씨 명의의 비상장 법인인 착한이인베스트에서 인수하게 했다. 착한이인베스트는 이를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연이자 15%로 1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 자금은 나노스와 광림의 유상증자에 쓰였다. 검찰은 이 같은 전환사채 발행과 담보 조건부 대출 등을 김 전 회장 등이 공시에서 누락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김 전 회장은 비비안 인수 당시에도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검찰은 이때도 김 전 회장이 담보 조건부였다는 사실을 공시하지 않고, 건실한 투자회사가 정상적인 투자 판단으로 저리의 전환사채를 인수한 것처럼 꾸몄다고 판단했다.

2018년 11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왼쪽)가 경기도 성남 제2판교테크노밸리를 방문한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왼쪽 둘째) 등 북한 대표단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오른쪽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뉴스1

2018년 11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왼쪽)가 경기도 성남 제2판교테크노밸리를 방문한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왼쪽 둘째) 등 북한 대표단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오른쪽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뉴스1

수사 적극 협조하는 김성태…소환 거부하는 이화영

한편 김 전 회장은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박모씨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여섯 대의 비밀번호를 풀어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 착수했다. 휴대전화 중 두 대는 김 전 회장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김모 그룹 재경총괄본부장도 자금조성 과정에 대해 검찰에 물증을 제시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 본부장으로부터 2019년부터 3년 치 장부와 수첩·일지 등을 확보해 자금 조성과 사용처 등에 초점을 맞춰 조사 중이다.

구속수감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지난 15일 검찰에 1차 출석해 김 전 회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 등과 4자 대질 조사를 받은 뒤 연이틀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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