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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시다, 키이우 방문 추진 계속 난항…“안전 문제 해소 안돼”

중앙일보

입력

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이 물밑에서 검토되고 있지만,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영국과 프랑스, 독일, 캐나다 정상들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다녀온 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개전 1년을 맞아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폴란드를 오는 20일 방문하기로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시다 총리의 방문은 왜 쉽사리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걸까.

기시다 후미오(사진 앞) 일본 총리가 지난달 초 도쿄 총리관저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사진 앞) 일본 총리가 지난달 초 도쿄 총리관저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17일 일본 NHK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올해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의장국으로서 우크라이나 키이우 방문을 모색해왔다. 전쟁터에 일본 총리가 직접 방문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NHK가 특집 기사로 다룬 지난 1년간에 걸친 기시다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 추진 내막은 이렇다.

英총리 키이우 방문 후 기시다도 방문 검토

지난해 4월 영국 보리스 존슨 당시 총리는 키이우를 깜짝 방문했다. G7 국가 중 처음이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그는 1억 파운드(약 1600억 원) 규모의 지원도 약속했다. 외무상 출신으로 ‘외교의 기시다’를 내세우고 있는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연대 표명’을 위한 키이우 방문을 검토하기 시작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4월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오른쪽)와 함께 시가지를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4월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오른쪽)와 함께 시가지를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러던 중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3국 정상이 키이우를 6월 하순에 방문하려 한다는 정보가 전해졌다. 독일에서 열릴 예정인 G7 정상회담에 맞춘 것으로 기시다 총리 역시 검토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 안에선 전용기를 폴란드에 착륙하는 방안 등의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총리의 해외 순방을 위한 절차로 국회 보고라는 장벽이 있었다는 것이다. 자칫 국회 보고 과정에서 정보가 엉뚱하게 새나갈 경우 3국의 정상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수 있었다. 기시다 총리의 키이우 방문은 이뤄지지 못했다. 프랑스·독일·이탈리아 3국 정상은 예정대로 지난해 6월 13일 폴란드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키이우에 도착해 러시아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피해지역을 둘러봤다.

아베 전 총리 피습…젤렌스키 대통령의 '초대'

이후 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기시다 총리의 발이 묶였다. 그러다 기시다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 추진이 일본 언론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기시다 총리는 당시 “총리 집무실에서 말한 것이 밖으로 왜 새나?”라며 격노했다고 한다.

당시 일본 총리관저는 단독으로 키이우 방문을 추진했지만 ‘안전 문제’가 불거졌다. 자위대에 일본 주요 요인 경호를 목적으로 해외로 파견되는 규정이 없었던 탓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 유럽 등 협력을 얻어 안전을 확보한 뒤 방문하는 계획을 진행했지만, 러시아의 드론 공격이 격화하며 계획은 취소됐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던 키이우 방문 이슈가 다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일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와의 전화 회담에서 자국 방문을 초대하자 기시다 총리는 공식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우크라 방문은 총리의 강한 희망”

지난해 3월 일본 국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기시다 총리 등 500명의 의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 연설 직후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사진 일본 수상관저 홈페이지

지난해 3월 일본 국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기시다 총리 등 500명의 의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 연설 직후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사진 일본 수상관저 홈페이지

NHK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빌어 “우크라이나 방문은 총리의 강한 희망”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의 바람과는 달리 방문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말 일본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첫 대면 정상회담을 2월 24일 미국 뉴욕에서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이 되는 때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가능한 경우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

당초 일본 정부는 폴란드까지 전용기로 이동한 뒤 육로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결국 전쟁으로 인한 안전 문제를 고려해 키이우가 아닌 미국에서 회담을 갖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사히는 “5월 G7 히로시마 서밋(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정세가 주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히로시마 서밋까지 대면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과 병행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가 이뤄질지는 전쟁 상황에 달려서 일본 정부는 직전까지 조정을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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