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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 국경 넘었다…'생방송 중 반전시위' 러 언론인 간 곳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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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언론인 마리아 오브샤니코바가 작년 3월 1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TV 방송 중 시위하는 모습. 사진 채널1 TV 방송 캡처

러시아 언론인 마리아 오브샤니코바가 작년 3월 1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TV 방송 중 시위하는 모습. 사진 채널1 TV 방송 캡처

지난해 러시아 국영 TV뉴스 생방송 도중 난입해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시위를 벌인 러시아 언론인이 프랑스로 피신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가 있는 국경없는기자회(RSF)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프로듀서 마리나 오브샤니코바의 탈출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오브샤니코바는 러시아군에 대한 거짓 정보를 유포해 군의 권위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전자팔찌를 착용한 채 가택 연금 상태로 조사를 받아왔다.

이후 오브샤니코바가 재판을 앞둔 작년 10월 러시아에서 유럽 국가로 출국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지만, 안전상 이유 등으로 행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RSF는 자택 인근 경비가 느슨해지는 주말을 이용해 오브샤니코바의 팔찌를 절단하고, 총 7대의 자동차를 동원에 그를 탈출시키는 작전을 세웠다.

RSF는 오브샤니코바를 태운 자동차가 국경에 도착하기 직전 진흙에 빠지는 바람에 어둠 속에서 몇 시간을 걸어간 끝에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오브샤니코바는 "RSF가 특별한 지원으로 전범들이 정부를 장악한 러시아에서 탈출할 수 있게 도와주고 나의 생명을 구해줬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RSF 사무총장은 "오브샤니코바는 선전에 저항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역사와 뉴스 조작에 반대할 수 있음을 일깨워줬다"고 밝혔다.

오브샤니코바는 작년 3월 러시아 국영 채널1 뉴스 방송 중 앵커 뒤에 나타나 "전쟁을 중단하라. 프로파간다를 믿지 말라. 여기서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적힌 문구를 들어 보였다.

난입 시위 전 촬영한 영상에서도 자신의 아버지가 우크라이나인임을 알리며 러시아의 전쟁 중단 등을 촉구했다. 오브샤니코바는 영상에서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은 범죄이며 러시아는 침략 국가다. 책임은 오직 한 사람,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 일로 오브샤니코바는 집회·시위법 위반 혐의로 3만루블(약 52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이후에도 반전 시위를 계속해왔다.

같은해 8월에는 크렘린궁 건너편의 모스크바강 둑에서 '푸틴은 살인자. 그의 군대는 파시스트'라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하는 사진을 텔레그램 계정에 올렸다가 기소됐다.

오브샤니코바가 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러시아는 작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자국군에 대한 비판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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