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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선2035

카타르와 한국의 공통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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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태인 기자 중앙일보 정치부 기자
박태인 정치부 기자

박태인 정치부 기자

한국과 카타르엔 공통점이 있다. 두 나라 모두 동성애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다. 한국엔 ‘군(軍)’이라는 단서가 달리고, 올해 대법원에서 위헌에 가깝다는 판결을 내려 비교적 낫다지만 아직 법조문은 살아있다. 동성결혼이 금지된 것도 마찬가지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성소수자 차별은 주요한 이슈였다. 차별 반대를 뜻하는 무지개 완장을 거부한 국제축구연맹(FIFA)에 비난이 쏟아졌다.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렸다면, 피해가기 어려웠을 인권의 문제다.

10여년 전 대학생 기자 시절, 유럽에서 인터뷰한 유럽연합(EU)의 동성애자 의원 마이클 캐시먼은 “성소수자도 이성애자와 똑같이 세금을 내고 똑같은 법을 준수하며 똑같은 기차를 타고 출근한다”며 차별에 반대한다고 했다.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어려워, 그 대답을 들었던 순간이 또렷이 기억난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차별반대 완장을 찬 해리 케인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연합뉴스]

카타르 월드컵에서 차별반대 완장을 찬 해리 케인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연합뉴스]

당시 EU가 위치한 브뤼셀 거리엔 입양한 아이와 함께 거리를 산책하는 동성 부부가 흔했다. 이미 유럽 각국에선 동성결혼의 법제화가 거의 끝난 상태였다. 미국에선 2015년 대법원 판결로 합법화됐다. 2022년쯤이면 한국에서도 이런 논쟁이 수면 위로 오르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5년마다 오는 대선에서 성소수자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최근 미국 연방 상원에선 동성결혼을 법제화하는 ‘결혼존중법’이 61대 36으로 통과됐다. 임신중지권의 헌법적 권리를 박탈한 대법원이 또다시 판결을 뒤집을까 의회가 먼저 나섰다. 압도적 다수(61표)가 찬성한 건 동성결혼이 진영의 문제를 넘어섰다는 뜻이다. 중간 선거에선 역사상 최초로 레즈비언 주지사가 나왔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도 성소수자다.

미국 의회에서 결혼존중법이 통과되던 시기, 국회를 대표하는 김진표 국회의장은 한 자리에서 저출생의 해결책으로 동성애 치유회복운동을 소개했다. 동성애를 질병으로 보는 보수 기독교계의 운동인데, 세계정신의학협회에선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일축한 주장이다. 미국에선 혐오 발언으로 분류되지만, 김 의장에게 정치적 타격은 없었다. 카타르 월드컵 홍보대사인 칼리드 살만은 “동성애는 정신에 손상을 입은 것”이라 말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사실 ‘성소수자’라는 단어는 역설적이다. 잘 보이지 않을 뿐 ‘소수’라 하기엔 많은 이들이 다양한 성적 정체성을 갖고 살아간다. 2년 전 이태원클럽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뒤 혐오에 시달린 한 성소수자는 이 ‘소수’의 의미를 “사회적 약자란 의미이지 그 수가 소수라는 의미는 아니다(중앙일보 밀실)”고 말했다. 주변에 엄연히 존재하는 이들을 언제까지 모르는 척할 수 있을까. 10년 뒤에는 조금이라도 변해 있을까. 과거보다 회의적이다. 이번에도 내가 틀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