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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철학자가 말한다…"행복이 머무는 곳은 언제나 현재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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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지난해 중앙일보와 인터뷰 때 모습이다. 김상선 기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지난해 중앙일보와 인터뷰 때 모습이다. 김상선 기자

 " '오래 사시느라고 고생 많이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는 상이라면 받겠다고 했죠. 어려운 시기에 백 년 동안 살면서 누구보다 고생 많이 했으니까. 그럼 그 고생이 나를 만들어줬는데 행복한가. '사랑이 있는 고생'이기 때문에 행복했다는 게 내 인생의 결론입니다."

 철학자 김형석(102) 연세대 명예교수의 말이다. 아흔 넘어 어느 대학에서 상을 받으며 답사처럼 했던 이야기를 다시 꺼낸 그는 "나를 위한 고생이 아니고 주변 사람들, 학생들, 사랑을 위해 베푼 고생이 최고의 행복"이라고도 했다. 신간『100세 철학자의 행복론』(열림원)의 출간과 함께 2일 열린 간담회에서다.

 이 책에는 기존에 출간된 『인생이여, 행복하라』『인생, 사랑의 나무를 키워가는 것』『100세 철학자의 철학, 사랑 이야기』『100세 철학자의 인생, 희망 이야기』 등 네 권의 저서에서 고른 글들이 실렸다. "행복이 머무는 곳은 언제나 현재뿐이다" 같은 문장이 번득이되, 마냥 행복을 내세우는 내용이 아니다. 주변 사람과 세상에 대한 특유의 관찰과 문체가 담긴 각각의 수필은 행복이 뭔지 스며들듯 전해주되, 결코 행복을 절대시하지 않는다.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우리는 행복을 목적으로 삼고 인생이 그 행복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성장과 노력의 과정 속에서 행복을 찾아 누려야 한다."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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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담회에서 김 교수는 행복이 "윤리적인 문제"이자 "인격"에 달린 것임을 강조했다. 아리스토텔리스의『윤리학』얘기를 꺼내며 "이 책의 출발은 다른 모든 것은 원하는 사람도 있고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행복은 누구나 원한다는 것"이라며 "그 결론은 인격이 최고의 행복이란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 괴테 역시 "행복은 자기 인격"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내 행복'도 강조했다. "살아보면 인간은 다 같은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통된 행복'이 있고, 또 모든 사람이 자기 인생을 살기 때문에 '내 생각으로서의 행복'도 있다"면서다. 그에 따르면 젊을 때는 대개 "즐거움" 을, 50~60대는 "성공"을, 더 나이 들면 "보람있게 살았는가"를 행복으로 여긴단다. 드문 경우지만,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많은 어려운 짐을 지었는가"를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김 교수는 "다른 사람에게 불행과 고통을 주지 않는 한 내 행복을 놓치면 안 된다"는 말과 "내 행복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불행과 고통을 주게 되면 안 된다"는 말을 연달아 했다. "넓은 의미에서 사회가 추구하는 공통 가치에 참여하고 책임도 지는 것"과 "내 행복, 내 인생의 행복을 내가 창조해 내는 것"의 조화를 주문한 셈이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지난해 중앙일보와 인터뷰 때 모습이다. 김상선 기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지난해 중앙일보와 인터뷰 때 모습이다. 김상선 기자

 내내 막힘없는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간 그이지만 간담회 첫머리에선 "백 세 넘게 살아보니, 95세까지는 괜찮은데 그 이후부터는 자꾸 피곤하고 건강을 유지하는데 고생이 많다"고도 전했다. 책에 나오는 일화에 따르면, 그는 어머니가 "네가 스무 살까지만 살아도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병약했다고 한다.

 일화에 덧붙여 그는 이렇게 썼다. "약한 사람에게는 주어진 장점이 있다. 무리를 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평생 많은 일을 했다. 100의 일을 할 수 있어도 언제나 90까지의 책임을 맡곤 했다. 그래야 120까지의 일을 하게 된다. 처음부터 120을 맡으면 100도 못 하는 법이다". 어쩌면 이 책에서 얻을 것이 행복론만은 아닐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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