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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금지법 논란…민통선 주민들의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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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익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전익진 사회2팀 기자

전익진 사회2팀 기자

북한과 접하고 있는 접경지역 주민들이 다시 긴장하고 있다.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사문화를 우려한 때문이다. 이 법률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제정된 것이다.

이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대북전단금지법의 헌법소원 사건에 이해관계인으로서 대북전단금지법은 위헌이란 취지의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최근 낸 데서 촉발됐다. 권 장관은 대북전단금지법을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 비례성의 원칙을 위반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가뜩이나 안보 불안에 휩싸인 접경지역 주민들은 우려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대북전단 살포 재개의 신호탄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에서다. 실제 연천 지역에선 지난 2014년 10월 10일 북한이 대북전단 풍선에 고사총 10여 발을 사격한 바 있다. 당시 민통선 인근 중면사무소 마당 등에 총탄이 날아들자 주민들이 대피소로 피신한 일이 있어서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5월 25~26일 대북전단 100만장을 날려 보냈다고 밝혔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5월 25~26일 대북전단 100만장을 날려 보냈다고 밝혔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휴전 이후 처음 북한의 미사일이 NLL(북방한계선)을 넘고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내려진 지난 2일에도 곤욕을 치렀다.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에 거주하는 27가구 주민 57명은 급히 대피소로 피하기 위해 짐을 싸고 대기하는 비상 상황을 맞았다. 이러다 보니 이번 일을 마주한 접경지역의 긴장감은 높을 수밖에 없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휴전 이후 70년 동안 대북전단이 살포될 때마다 남북 간 긴장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통일부 장관의 이번 의견서가 일부 탈북민 단체의 범법 행위, 평화 파괴 행위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될지 우려하고 있다.

주민들은 실제 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 중인 상황에서도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까지 의약품 등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접경지역에서 북한으로 날려 보냈기에 더욱 걱정스럽다고 했다.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별도의 법률로 규제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라며 전단 등 살포행위를 찬성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접경지역 주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안전은 매우 중요하다”며 “경찰관 직무집행법, 민법 등 기존 법률과 행정적 수단을 통해 처리하는 것이 더욱 적합하다는 취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차제에 정부는 현재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면 어떨까.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이를 둘러싼 과도한 남·남 갈등과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