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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수입차 사면 이자만 그랜저값" 연말 할부차 시장 비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4일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디 올 뉴 그랜저 온라인 컨퍼런스 및 실차 전시’ 행사에 7세대 그랜저가 전시돼 있다. 뉴스1

지난 14일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디 올 뉴 그랜저 온라인 컨퍼런스 및 실차 전시’ 행사에 7세대 그랜저가 전시돼 있다. 뉴스1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자동차 판매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새 차를 살 때 할부 금리가 연 10% 이상으로 뛰자 수억원 이상 고가의 수입차 시장이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고가의 수입차에 대해 일부 캐피털 회사들이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수입차 매장에서 만난 자동차딜러는 “대형 금융지주 계열 캐피털도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들었다”며 “특히 수억원이 넘는 고가 차량에 대해서는 고객도, 캐피털도 계약을 꺼린다”고 전했다.

일부 캐피털은 신규 고객 가입 중단

이에 대해 해당 캐피털 업체는 고가의 수입차 브랜드와 모델에 따라 한시적으로 신규 가입을 중단한 것은 맞지만, 금리 상황을 지켜본 뒤 재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캐피털 관계자는 “판매가 3억원 이상 차량이면 그랜저 한 대 값(3000만원대)이 이자로 나오는 것 아니냐”며 “지난달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 흐름이 경색되면서 일부 모델에 대해서는 할부 상품 가입을 중단시켰다”고 설명했다.

다른 캐피털 관계자도 “주력 브랜드가 아닌 경우에 한시적으로 (대출이) 중단됐다. 다만 1~2주 뒤에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내부적으로 조용히 상품 가입을 중단시켰던 한 캐피털 업체 측은 “벌써 밖으로 소문이 났느냐”며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날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대캐피탈‧하나캐피탈 등 주요 캐피털 업체의 자동차 할부 최고 금리가 10%를 넘어섰다. 현대차 그랜저의 경우 자동차 값 30%를 현금으로 먼저 지불한 뒤 나머지 금액을 60개월 할부를 결제할 경우 메리츠캐피탈은 최고 10.9%까지 금리가 올라갔다. 전 분기 평균 실제 금리는 8.9%였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공시 자료에는 할부대출(오토론) 금리까지 포함돼 고객 신용도와 연계되기 때문에 최고 금리가 오른다”며 “다만 현장 체감도는 이보다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구 일대 신차 전시장에서는 대체로 6%대 금리가 적용되는 분위기다. 한 국산차 전시장의 딜러는 “연초 2~3%대 금리보다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국산차의 경우 워낙 대기기간이 길어 순번이 오면 신차를 받아 간다”고 말했다. 그는 “출고 대기기간이 1년 이상으로 길어지자 최근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도 계약을 하고 간다”며 “1년 뒤에 금리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 않느냐”고 전했다.

자동차 딜러 “매일 해외 경제 소식 확인“

다른 국산차 딜러는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19 봉쇄 완화 소식과 미국 증시 안정 얘기가 나오면서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며 “해외 경제 소식을 매일 꼼꼼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신차 발표가 최근 왕성해지고 있는데 금리 인상이 찬물을 끼얹을까 걱정된다”며 “내년 초까지는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 연말이 고비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최근 6년 만에 그랜저 7세대 모델을 공개하고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대기 물량만 11만 대 가깝다. 이태훈 대경대 자동차딜러과 교수는 “신차 출시로 소비 심리에 불을 붙여야 할 때인데 금리 인상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차량 전시장에 할부가 안내돼 있다. 김민상 기자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차량 전시장에 할부가 안내돼 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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