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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생존자 “정치인 ‘유감스럽다’는 말, 듣기 싫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광장에서 운영 중인 이태원참사 희생차 합동분향소 모습.  용산구는 이곳의 합동분향소를 오는 12일까지 연장 운영한다고 밝혔다. 뉴스1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광장에서 운영 중인 이태원참사 희생차 합동분향소 모습. 용산구는 이곳의 합동분향소를 오는 12일까지 연장 운영한다고 밝혔다. 뉴스1

이태원 참사에서 생존한 김초롱(33)씨가 “정치인들의 ‘유감스럽다’는 표현이 듣기 싫다”며 “애매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사과”라고 말했다.

지난 9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고 출연한 김씨는 “보통 힘 없는 사람이 힘 있는 사람한테 사과하고, 힘 있는 사람이 힘 없는 사람한테는 유감이라고 말을 한다”며 “보통 잘못했으면 무엇이 잘못돼서 이 부분을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무엇이 있어야 하는데 유감스럽다는 표현은 되게 싫더라”라고 말했다.

‘정부 참사 대응에서 충격적이거나 당황스러웠던 부분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김씨는 “(이번 사고에) 컨트롤타워가 없고 안전시스템이 무너졌다고들 얘기하는데, 우리나라가 그렇게 별로인 나라냐”라고 되물었다.

김씨는 “우리나라에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다”며 “자유분방한 사고를 갖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외국에 나가서 살면 더 맞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한국을 떠나지 않은 이유는 한국이 살기 안전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CCTV가 굉장히 많고 112 신고를 하면 몇 초 만에 답장이 오고 1분 내로 출동하는 경찰들이 있고 그게 해결이 되면 해결 그 결과를 문자로 바로바로 알려준다. 시스템이 붕괴됐다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며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그 위에서 판단하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태원에서 노는 것 자체를 그렇게 중요한 사안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33)씨. 사진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33)씨. 사진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김씨는 “‘놀다가 이런 사고가 난 거니까 내 책임 아니다’라는 사고가 깔려 있기 때문에 이태원에서 사고가 났다는 데도 느릿느릿 걸어서 갔고, 이상한 사과도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완벽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붕괴된 시스템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거기에서 뭔가 제대로 인지를 하고 공감을 하고 감수성이 있는 분들이었다면 ‘요즘 애들이 여기에 그렇게 열광한대, 그러면 사람이 많이 모이겠지. 여기 좀 신경 써봐’ 이렇게 됐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사고가 났다 하면 그다음에는 ‘우리가 더 신경을 못 썼기 때문에 사고가 났구나’ 사과를 해야지, 진심으로 공감하지 않고 진짜 몰라서 그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현장에서 본 분들은 다 일류 같은 사람들”이라며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았다고 믿는 부분도 그런 부분 때문”이라고 했다.

김씨는 끝으로 한국심리학회를 통해 무료 전화 상담을 받았다며 “놀러 가서 유흥을 즐기다가 참사를 당한 게 아니라 일상을 살다가 참사가 일어난 거만 말을 듣고 위로가 됐다. 생각보다 국가가 지켜주는 부분이 많다.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언제든지 많은 분들이 많이 이용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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