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와의 전쟁’ 장기전 되나…한은, 2연속 빅스텝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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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이창용

물가와의 전쟁이 장기전에 돌입할 태세다. 전기·도시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영향으로 석 달 만에 물가 오름세가 다시 빨라지면서다. 고강도 긴축에도 물가가 잡히지 않으며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지게 됐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11월 다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빅스텝)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5.7% 상승했다. 물가 오름폭이 커진 것만큼 세부 내용도 나빴다. 수요발 물가 압력이 높아지며 물가 상승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근원 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가 1년 전보다 4.8%가 오르며 9월(4.5%)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2009년 2월(5.2%) 이후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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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광범위한 물가 상승세가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5%대 고물가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한은의 긴축 등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건 긍정적이지만, 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입물가가 오르는 등 물가를 올릴 요인도 많기 때문이다. 난방수요가 증가하는 겨울철 유가가 다시 튈 가능성도 있다.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한 한은의 고민도 커졌다. 물가만 보면 긴축 속도전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7일 “물가상승률이 5%가 넘으면 여러 고통이 있더라도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일반인들의 물가 상승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0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3%로 9월(4.2%)보다 높아졌다. 물가상승 기대를 꺾기 위해 긴축의 고삐를 더 강하게 죄어야 할 수 있다.

문제는 식어가는 경기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5.7% 감소했다.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의 역성장이다. 그나마 경제를 받쳐온 민간 소비도 고물가와 고금리 등에 언제 동력을 잃을지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에 회사채 등 채권 시장이 흔들리는 등 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것도 변수다.

오는 24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상 전망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한은이 빅스텝 대신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택할 것이라는 데 무게추가 기울었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데다, 채권 시장의 유동성 문제를 한은이 외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물가가 다시 치솟으며 변수가 늘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0.5%포인트와 0.25%포인트 인상이 절반씩 나오면서 한은 총재가 금리 인상 폭을 결정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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