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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때같은 내 딸"…새벽 임시 안치소, 부모는 그 앞을 서성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내 생때같은 딸을…” 30일 오전 이태원 압사 참사 사망자들의 임시 안치소가 차려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 20대인 둘째 딸을 잃은 A씨는 말을 잊지 못했다.

전날 오후 4시쯤 ‘놀러 간다’며 집을 나선 딸이었다. 8시간만에 딸의 친구로부터 사망 소식을 전해들었지만, 그는 아직까지 딸의 시신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A씨는 “한창때인데 놀러 가고 싶지 않았겠냐”면서도 “이렇게 가 버리니…”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소식을 듣자마자 택시를 타고 이태원으로 온 그는, 임시 안치소가 있다는 말을 듣고 이태원역부터 체육관까지 3.7㎞을 달음박질쳐 왔다고 했다. 실제로 사고 관계자들과 축제에 참여했던 시민, 취재진 등이 앞다퉈 택시를 잡으면서 이태원 일대엔 ‘택시난’이 일었다.

 30일 오전 2시쯤 이태원 압사 참사 사망자들의 임시 안치소가 차려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 앞. 지자체 등 관계자들이 모여 있다. 이병준 기자

30일 오전 2시쯤 이태원 압사 참사 사망자들의 임시 안치소가 차려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 앞. 지자체 등 관계자들이 모여 있다. 이병준 기자

소방 당국은 이태원 압사 참사 사망자가 많아지자 이 체육관을 임시 안치소로 선정하고 현장에서 숨진 사망자 45명의 시신을 이곳으로 이송해 신원을 파악해 왔다. 자녀들의 소재를 알 수 없어 발을 구르던 부모와 지인들이 하나둘 찾아온 임시안치소엔 새벽부터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몇몇 이들은 조용히 눈물을 닦으며 임시안치소 앞을 서성였다.

 체육관 앞에서 만난 B씨(24)는 사고 후 연락이 두절된 친구의 생사를 걱정하고 있었다. B씨는 “처음엔 신호만 가다가 이제 연락이 아예 안 된다”며 “움직이지도 못했다. 몸싸움하고 소리를 지르다가 겨우 빠져나왔다”고 떠올렸다. 그는 “오르막길이다 보니 도미노처럼 쓰러진 거 같다”며 “보통 클럽은 안에서 노는데, 그 근처 클럽은 바깥에서도 음악을 틀고 놀다 보니 더 사람들이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30일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경찰 및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30일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경찰 및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여자친구와 함께 이태원에 놀러 갔던 20대 C씨는 “여자친구가 앞에 있었는데,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며 사고 30분이 지나서야 구조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여자친구가) 숨을 안 쉬어서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했다. 거의 그 자리에서 1시간 넘게 CPR을 한 것 같다”며 “그런데 ‘맥박이 없다’고 했다”고 기억했다. C씨는 사고 순간에 대해선 “갑자기 밀리고 밀리다가, 발이 엉키고 하면서 숨을 거의 쉴 수가 없었다”며 “나중에 신고가 되고 나서야 (군중을) 통제하는 사람이 나왔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15분쯤 서울 용산구 해밀턴호텔 인근 골목에서 할로윈을 맞아 인파가 몰리며 다수의 시민이 압사당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30일 오전 6시 기준 149명이 숨지고 76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20대가 대부분으로, 10대 여성 1명도 사망자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임시 안치됐던 45명을 포함한 사망자들은 서울대병원, 일산동국대병원 등 수도권 내 병원 영안실로 옮겨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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