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협치 끝났다” 檢압수수색에 뒤집힌 野…尹 시정연설 보이콧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24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24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자금수수 의혹과 관련해 24일 검찰이 여의도 민주당사를 압수수색하자 민주당이 발칵 뒤집어졌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검찰 압수수색에 대한 방침을 논의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오후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권의 민주당 당사 압수수색은 국회 무시이자 야당 탄압”이라며 “협치를 파괴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에 따라 ‘시정연설(25일)을 수용할 수 없다’고 의원들이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헌정사에 야당 국회의원들을 ‘이XX’라고 부르는 대통령은 없었다. 그렇게 야당탄압을 일삼으면서 시정연설에 들어와 박수라도 치라는 말이냐”고 말했다.

지난 22일 새벽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연합뉴스

지난 22일 새벽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연합뉴스

민주당은 25일 오전 윤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정치탄압 중단하라’는 등의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자신들은 본회의장에는 아예 입장하지 않을 계획이다.

野, 검찰 5시간 대치 후 압수수색 동의…이재명 “침통한 심정”

이에앞서 이날 오전 8시 35분 검사와 검찰 수사관 17명이 민주당사 1층 입구로 들어왔다. 당사 경비원이 입구 문을 열지 않아 잠시 대치했지만, 출근하던 당사 직원들이 문을 여는 바람에 검찰 인력들도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불법자금수수 혐의와 관련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내 민주연구원을 압수수색하고 있는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용 박스를 옮기고 있다. 뉴시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불법자금수수 혐의와 관련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내 민주연구원을 압수수색하고 있는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용 박스를 옮기고 있다. 뉴시스

검찰은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 민주연구원 부원장실까지 올라갔다. 이후 검찰은 민주당 당직자들과 부원장실에서 5시간여 동안 대치한 뒤 민주당 측 변호사 입회하에 압수수색 범위를 정한 오후 2시 20분부터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검찰은 오후 4시 30분까지 2시간여 동안 당내 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명단 등 컴퓨터 문서파일 4건을 확보했다.

양측은 압수수색의 적법성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검찰은 입장문을 통해 “1층에서 관리직원에게 영장을 제시하고 영장 집행 사실을 고지했다”고 밝혔으나, 민주당은 “CCTV 영상을 보면 영장을 제시하지 않았다. 검찰이 사건을 조작하더니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박성준 대변인)고 비난했다. 검찰은 지난 19일에도 종일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제지로 7시간여 만에 철수했다.

검찰의 당사 진입 사실이 전해지자 민주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 대표는 이날 아침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내일이 대통령 시정연설인데 압수수색을 강행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렵다”며 “정치는 사라지고 지배만 하겠다는 것 아닌가. 도의는 사라지고 폭력만 남았다”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봐주기 의혹 부분이 부담스러우면 수사대상에서 빼도 좋다”며 거듭 ‘대장동 특검’을 제안했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관련 의혹의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관련 의혹의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어 이 대표는 오전 11시 15분 당사에 들어가면서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와 정당사에 참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침통한 심정으로 이 침탈의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서 민주주의를 꼭 지켜달라”며 감정에 복받친 듯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의총선 “단합해서 맞서야”…소장파 김해영 “특정인 지키는 단일대오 안돼”

민주당 의원들도 당사 압수수색에 격앙됐다. 의총에서는 계파와 관계없이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낙연계인 설훈 의원은 “모든 대책을 강구해서 당이 총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계파인 이병훈 의원도 “검찰이 불법 대선자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당 전체를 대선과 엮으려는 의도다. 단합해서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원조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김영진 의원은 “김용 부원장은 성품상 돈을 챙길 사람이 아니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캠프 상황실장을 한 내가 잘 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24일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에 반발해 국회에서 긴급의총을 열고 있다. 장진영 기자

민주당이 24일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에 반발해 국회에서 긴급의총을 열고 있다. 장진영 기자

민주당 의원 50여명은 오전 11시 30분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몰려가 항의성 기자회견도 열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협치는 끝났다. 야당을 말살하고 국민과 맞서 싸우는 윤석열 정부에 강력히 항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압수수색에 반발해 중단했던 국정감사를 오후에 재개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 대표의 또다른 핵심 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을 출국금지 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자 불똥이 민주당에 튈 수도 있다는 당내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날 정 부실장은 입장문을 통해 “제가 불법대선자금을 받았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구”라고 반박했지만, 익명을 원한 민주당 의원은 “정 부실장까지 구속되면 검찰의 칼날은 이 대표에게로 향할 것이다. 그러면 ‘이 대표 때문에 당이 망가진다’는 반발이 내부에서 터져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의 용퇴론을 당내에서 처음 제기한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의 용퇴론을 당내에서 처음 제기한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실제로 지난 22일 당내에서 가장 먼저 ‘이재명 용퇴론’을 꺼낸 김해영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단일대오가 특정인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저는 동의할 수 없다”고 적었다. 자신의 입장이 소위 ‘내부총질’이라는 당 안팎의 비판에 대한 반론이다. 비명계 재선 의원은 “검찰 수사로 이 대표가 불법자금 수수에 연루됐다는 혐의가 드러나면 당내에서는 용퇴론에 불이 붙을 수 있다. 그러면 분열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