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의리? 이 세계엔 없어, 법정서 사실 다 얘기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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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호 03면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본부장 심경 피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 1심 속행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 1심 속행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는 법정에 나가서 내가 아는 사실 그대로 다 이야기하려고 한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1일 중앙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지난 20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그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재판에 출석했다. 중앙일보는 휴정 시간과 재판 후 그를 따라가 만났다. 유 전 본부장은 재판과 수사가 진행중인 혐의나 의혹에 대해선 함구했지만 그동안의 심경을 드러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측근 아니다” “부정한 일 하는 줄 알았으면 내쳤을 것”이라고 했는데.
“(웃음) 그건 그분의 입장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하나도 서운하지 않다. 그분은 그렇게 말하는 거고 그말에 서운한 마음이 들거나 하진 않는다.”
오늘 이 대표가 한푼도 안받았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재판 중에 잠시 기사를 봤다. 굉장히 재미있더라.”
어떤 부분이 재미있었나.
“그냥 회견 내용 전체가 재미있었다.”

재판 후 일부 기자들과 마주한 자리에서도 유 전 본부장은 “그냥 다 밝히고 잘못한 게 있으면 벌을 받는 게 맞다”며 “내가 좀 미련해서 숨길까 생각했는데 그게 오히려 더 다른 속임을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냥 법을 믿고 행동하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회유당할 사람이 아니다. 협박 이런 거 안 통한다”며 “논리 전쟁하지 말고 진실 전쟁, 진실 그대로 가면 되지 않겠나 싶다”고 덧붙였다.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
“심경 변화 그런 게 아니다. 진실대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내가 지은 죄가 있다면 그만큼 벌을 받고 남이 (지은 죄가) 저 정도라면 그건 내가 가져갈 수 없는 거다. 그만큼 하려고 한다.”
돈 움직인 과정에 본인 이름도 나오는데.
“죄송하게도 그렇게 됐다. 죄송하게도. 그래서 그런 짓을 이제 안 하려고 한다.”
그때는 왜 그랬나.
“의리? (웃음) 그런데 이 세계는 그런 게 없더라. 내가 착각 속에 살았던 거 같다. 구치소에서 1년 명상하면서 깨달은 게 참 많다. 내가 너무 헛된 것을 쫓아다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의혹을 부인하는 분들이 있다.
“다 진실대로 가게 돼 있다고 생각한다. 양파가 아무리 껍질이 많아도 까다보면 속이 나오지 않나. 모든 분들이 그걸 바라실 거 같다. 그래야 이게 정리될 거 같다. 잘못한 사람이 있으면 대가를 치르면 되고 억울한 사람도 생기면 안 되고 (누군가) 누명을 써도 안된다.”
건강이나 신변의 위협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자살 당한다’ 이런 말도 나오고 별말 다 한다. 인명재천 아니겠나. 그런 거 염려하지 않는다. 진실만 이야기하고, 다 끝나면 조용히 살려고 생각하고 있다. (신변보호 요청은) 전혀 계획이 없다.”

부정한 금전을 요구한 사람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말고 더 있느냐는 질문에 유 전 본부장은 “있는 사실 그대로 말하면 검찰과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고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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