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소왕국 통가 독립 36년만에 민주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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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남태평양의 소왕국 통가가 국민의 민주화 요구 시위에 굴복했다. 197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36년 만이다.

통가의 인터넷 뉴스사이트인 통가나우(tonga-now.to)는 16일 정부가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국회의원 직선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왕이나 왕족.귀족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임명되던 국회의원은 2008년부터 대부분 직접선거로 선출될 예정이다. 지난 9월 왕위를 계승한 조지 투포우 5세는 "주민들의 민주화 요구는 합리적이며, 통가의 정치시스템은 국민의 요구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며 민주화 개혁을 시사했다.

정부는 기존 국회의원 수를 34명에서 30명으로 줄이고 이 중 21명은 직접선거로, 나머지 9명은 귀족회의에서 뽑기로 했다. 그러나 내각 각료 14명 중 국왕이 종신제로 임명하는 10명의 각료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통가 의회의 민주 인사인 아킬리시 포히바 의원은 "우리는 마침내 승리했다. 거리에서 민주화 시위를 하는 모든 주민은 귀가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에 앞서 통가 주민 수천 명은 최근 국회가 민주화 개혁 입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휴회에 들어가자 수도 누쿠알로파 일대에서 일 주일 넘게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국왕 조지 투포우 5세가 일부 소유하고 있는 회사를 급습해 방화하기도 했다. 사상자가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통가나우는 전했다. 현지 경찰은 주민들의 민주화 과격시위를 제재하지 않았다.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무장관은 "통가의 치안이 문제될 경우 일부 병력을 파견해 치안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16일 밝혔다.

170개의 산호초와 화산섬으로 구성된 통가는 독립 이후 지금까지 국왕이 통치하는 사실상의 왕정국가체제여서 주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5월에는 전 국민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1만여 명이 전근대적 왕정종식과 민주화 개혁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였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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