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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 러 전투기 굴욕…엔진고장으로 아파트 추락, 13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수호이(SU)-34 전투기가 훈련 도중 엔진 고장으로 아파트에 추락해 13명이 사망했다.

로이터·AP 통신과 러시아 관영 타스·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주 예이스크시 인근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SU-34 전투기가 인근 아파트 마당에 추락하면서 9층짜리 아파트가 거대한 화염이 휩싸였다.

사고 이튿날인 18일 알렉세이 쿠즈네초프 러시아 보건부 보좌관은 "이 사고로 어린이 3명을 포함해 13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또 추락 지점에서 68명을 구조했으며, 화상 등을 입은 부상자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덧붙였다. 전투기 조종사 2명은 추락 직전 탈출했다.

 17일 러시아 남부도시 예스크의 한 아파트에 훈련 중인 SU-34 전투기가 추락한 후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AP=연합뉴스

17일 러시아 남부도시 예스크의 한 아파트에 훈련 중인 SU-34 전투기가 추락한 후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AP=연합뉴스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엔 옛 소련 시절 지어진 아파트 건물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화재로 최소 17채의 아파트가 피해를 보았으며, 360여 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러시아 현지 매체는 국방부를 인용해 이륙 직후 SU-34의 엔진에 불이 붙어 곧바로 추락했다고 전했다. 또 아파트 화재는 전투기와 직접적인 충돌이 아니라 추락 직전 새어 나온 연료가 아파트에 옮겨붙으면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베니아민 콘드라티에프 크라스노다르 주지사도 이 전투기가 무장을 하고 있었다는 현지 매체의 보도를 부인했다.

알렉산더 쿠렌코프 러시아 비상사태부 장관은 18일 오전 화재가 진화됐으며, 잔해 발굴 작업이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피해를 본 이들에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러시아 국사수사위원회도 수사관을 급파하고,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섰다.

AP에 따르면 이번 전투기 추락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후 열 번째 발생한 '비전투' 사고다. 군사 전문가들은 전쟁 중인 러시아 군용기의 출격 횟수가 늘면서 추락 사고도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SU-34는 러시아의 신형 전투폭격기로 대당 가격이 3600만 달러(약 500억원)에 달한다. 쌍발 엔진을 단 중거리 전폭기로 2014년 러시아 공군에 실전 배치됐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120여 대의 SU-34를 보유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15대 이상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락사고가 난 예이스크는 러시아 남서부의 항구도시로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 직선거리로 약 70㎞ 떨어져 있다. 인구는 약 8만5000명이며, 인근에 공군기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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