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하늘'- 정희성(1945~ )
감나무 가지가 찢어질 듯
달이 걸려 있더니
달은 가고
빈 하늘만 남아
감나무 모양으로 금이 가 있다
고구려 적 무덤 속에서
三足烏 한 마리
푸드덕 하늘 가르며 날아오를 거 같은
새벽 어스름
즈믄 해여
즈믄 해여
잎 다 떨군 겨울나무 사이 달 뜨면 그것, 한 풍경입니다. 달 가도 자글자글 금간 시퍼런 하늘, 한 풍경입니다. 한밤에 불 끄고 내다보면 차츰차츰 다가오는 한겨울의 제로, 혹은 오메가의 풍경. 품격으로 말할 수 없는 경지입니다. 새벽녘까지 그렇게 앉아서 먼 옛사람이 맞던 새벽을 함께합니다. 그때 푸드덕! 변하지 않는 것, 그것. 낡아도 낡아도 새것! 그것.
<장석남.시인>장석남.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