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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아닌 육지로 날아왔다…北 경고한다며 쏜 '현무' 추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CVN 76)이 5일 다시 동해로 돌아왔다. 한ㆍ미 연합 해상훈련과 한ㆍ미ㆍ일 대잠수함전 훈련을 마치고 떠난 지 5일 만이다.

한·미 연합 해상훈련에 참가한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76)이 지난달 29일 동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해군

한·미 연합 해상훈련에 참가한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76)이 지난달 29일 동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해군

전날 북한이 일본 열도를 넘겨 태평양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는 등 전략적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는 것에 대응한 움직임이다. '화성-12형'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IRBM은 미국의 전략기지인 괌(약 3500㎞) 사정권을 훌쩍 넘긴 약 4500㎞를 비행했다. 지금까지 북한이 쏜 미사일 중 가장 멀리 날아간 미사일이었다.

한ㆍ미 군 당국은 이처럼 북한이 강하게 도발하자 강공으로 맞섰다. 4일 오후 서해에서 F-15K 전투기로 공대지 유도폭탄을 투하하고, 이날 밤부터 동해로 지대지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정밀타격 능력을 보여주는 훈련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육군의 현무-2C 미사일(사거리 약 800㎞)이 발사 직후 추락하면서 화염이 치솟아 인근 지역 주민들이 매우 놀라기도 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탄두는 민가에서 700m 떨어진 곳에 떨어졌다.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는데도 군이 사고 이후 관련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 해상 연합훈련 가질 듯"

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레이건함 등 미 해군 항모강습단은 동해 공해상을 향해 이동 중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 5월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전략자산을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전개하는 데 합의했다”며 “추가 도발에 대비해 북한이 미사일을 쏜 당일 한ㆍ미 국방장관이 전화로 협의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6일엔 동해 공해상에서 한ㆍ미가 다시 연합훈련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군 소식통은 “미 항모강습단 전개가 급박하게 진행되다 보니 아직 훈련 내용이 확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한·미·일 대잠수함전 훈련에 참가한 함정들이 지난달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아래부터 위로,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 벤폴드함, 해군 구축함 문무대왕함,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아사히함, 미 해군 순양함 첸슬러스빌함. 대열 제일 앞쪽은 미 해군 핵추진 잠수함 애나폴리스함. 사진 해군

한·미·일 대잠수함전 훈련에 참가한 함정들이 지난달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아래부터 위로,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 벤폴드함, 해군 구축함 문무대왕함,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아사히함, 미 해군 순양함 첸슬러스빌함. 대열 제일 앞쪽은 미 해군 핵추진 잠수함 애나폴리스함. 사진 해군

군 일각에선 지난 대잠 훈련처럼 한ㆍ미ㆍ일 3국이 미사일경보훈련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사일경보훈련은 북한 탄도미사일을 가정한 가상의 표적 정보를 이지스 구축함들이 공유하면서 탐지ㆍ추적하는 훈련이다.

한ㆍ미ㆍ일은 지난 8월 환태평양훈련(RIMPACㆍ림팩)을 계기로 이같은 훈련을 갖고 공개한 바 있다. 군 소식통은 "위성을 통한 데이터링크 체계로 정보를 공유하는 훈련"이라며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이 동해로 오지 않고도 훈련에 참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늦은 밤 사고, 이튿날 아침에 시인

한ㆍ미 군 당국은 4일 오후 11시부터 강원도 동해안의 공군기지에서 지대지미사일 사격도 했다. 먼저 육군의 현무 2-C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발사 직후 비정상적인 비행을 하다가 기지 내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군 관계자는 "발사 직후 미사일이 앞(해상)이 아닌 뒤(육지)로 날아오면서 기지 내 골프장에 비정상적으로 떨어졌다"며 "탄두는 민가에서 700m 정도 떨어진 곳에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4일 밤 육군이 발사한 현무-2C 지대지미사일이 비정상적으로 비행 후 강릉 공군기지 내에 떨어졌다. 밤사이 불길과 함께 큰 폭발음이 여러 차례 들려 인근 지역 주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게 아니냐'며 불안한 밤을 보냈다. 연합뉴스

4일 밤 육군이 발사한 현무-2C 지대지미사일이 비정상적으로 비행 후 강릉 공군기지 내에 떨어졌다. 밤사이 불길과 함께 큰 폭발음이 여러 차례 들려 인근 지역 주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게 아니냐'며 불안한 밤을 보냈다. 연합뉴스

화염이 올라오자 인근 주민들이 신고하고 촬영한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등 큰 소동이 벌어졌다.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낙탄 사고였지만, 군 당국은 이튿날 아침까지 사고와 관련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합참은 5일 오전 7시쯤 한ㆍ미 양국 군이 전술 지대지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를 2발씩 총 4발을 발사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도 현무-2C 발사 실패에 대해선 함구했다. 그러면서 이후 기자들에게 사고 사실을 따로 알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군 관계자는 “(주민들이 본 화염은) 탄두가 폭발한 것이 아니라 떨어진 추진체가 연소하면서 보인 불꽃”이라며 “발사 직후 기지 내로 떨어져서 인명 사고 등 민간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 주민들이 많이 놀라셨을 것”이라며 뒤늦게 사과했다.

에이태큼스 발사는 현무-2C 추락 뒤 2시간 여 뒤인 5일 새벽 0시 50분쯤 이뤄졌다. 군 소식통은 "서로 떨어진 위치에 이동식 발사대(TEL)가 배치돼 있어 사고를 수습하고난 뒤 안전점검을 거쳐 에이태큼스 실사격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5년 전에도 현무-2 발사 실패

현무-2 미사일 발사 실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7년 9월 15일에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한다며 쏜 현무-2A 미사일(사거리 300㎞) 2발 중 1발이 발사 직후 동해상에 떨어졌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군 소식통은 “발사하자마자 지그재그로 회오리치듯 올라가던 미사일이 곧바로 추락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에 대해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군 핵심 무기는 실전 상황에서 어떻게든 정상 작동해야 한다”며 “아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인데, 왜 같은 사고가 또 발생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 군이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해 발사한 현무-2C 미사일 1발이 추락하는 사고가 4일 발생한 가운데 이튿날 탄이 떨어진 강원도 강릉의 부대에서 폭발물이 적힌 팻말이 붙은 차량이 나오고 있다. 뉴스1

한·미 양국 군이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해 발사한 현무-2C 미사일 1발이 추락하는 사고가 4일 발생한 가운데 이튿날 탄이 떨어진 강원도 강릉의 부대에서 폭발물이 적힌 팻말이 붙은 차량이 나오고 있다. 뉴스1

현무-2 미사일의 실사격 자체가 매우 드문 일인 만큼 군 안팎에선 미사일 자체의 결함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현무-2C의 경우 실전 배치 이후 실사격은 이번이 세 번째다.

재고탄 부실 관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지난 5년 동안 재고탄 관리를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사고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자주국방을 내세우며 지난 5년간 연합훈련도 제대로 하지 않고 남북 대화에만 올인하더니 결국 남은 건 불발탄이란 자조까지 나온다”고 군 내 분위기를 전했다.

합참 관계자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측과 원인을 정밀 조사 중"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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