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정국혼란 수습 실마리/인 새 총리 지명배경과 향후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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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힌두교­회교분쟁이 정쟁 불붙여/하층민 고용정책등 난제 수두룩
인도의 라마스와미 벤카타라만 대통령이 9일 자나타 달당의 반체제 지도자인 찬드라 셰카르(63)를 신임 총리로 지명함에 따라 지난 7일 비슈와나트 프라탑 싱 총리의 사임으로 야기된 인도의 정치적 혼란은 일단 수습의 실마리를 찾았다.
하지만 힌두교 부흥주의자들이 인도 북부 한 마을의 회교사원 자리에 힌두교사원 건립을 추진함으로써 발생한 힌두교­회교도간 유혈충돌이 아직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셰카르의 새로운 정권에서도 불안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타르 프라데시주의 아요드야라는 마을에서 벌어진 힌두교­회교도간 종교분쟁은 적어도 3백68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싱 전총리가 사임하는등 인도 사회를 혼란으로 몰고갔다.
싱 전총리가 사임하게된 것도 사실 이 종교분쟁에서 비롯된 정치투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힌두교 부흥을 내세운 바라티야 자나타당(BJP)의 힌두교사원 건립강행을 싱 전총리는 BJP 당수를 체포하는등 강경책으로 저지했으며 이에 대해 BJP가 싱 전총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키로 한데서 싱 전 총리의 사임은 이미 예견되어온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자나타 달당의 반 싱 전총리 세력들마저 등을 돌림으로써 지난 7일 의회 신임투표 결과는 3백46대 1백42라는 압도적 표차로 싱 전 총리를 불신임 하기에 이르게된 것이 이번 사태의 진행과정이다.
이와 함께 지난 8월 발표된 카스트제도 하층민에의 연방고용 확대정책은 학생ㆍ중산층ㆍ언론의 극심한 반발을 초래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확고히 하려는 싱 전총리의 숨겨진 의도와는 정반대로 싱 전총리의 정치적 수명을 오히려 단축시킨 결과를 낳은 것으로 분석될 수 있다.
이같은 정책적 딜레마는 곧 조각에 착수하게 될 찬드라 셰카르 신임 총리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셰카르 신임총리로서는 힌두교­회교도간 종교분쟁이나 새로운 연방고용정책에 대해 싱 전총리와는 다른 나름대로의 입장표명이 있어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힌두교도들의 사원건립을 허용할 경우에는 회교도들의 폭동이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인데다 정치적으로도 전인구의 13%인 회교도로부터 지지를 받지도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게다가 셰카르가 새 연방고용정책을 철회하게 된다면 그때는 전인구의 50%에 달하는 카스트 하층계급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는 상황 또한 충분히 예견될 수 있다.
이래저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최대야당의 지도자인 라지브 간디 국민회의당 당수의 정치적 운신이 한층 관심을 끌고 있다.
벤카타라만 대통령은 셰카르를 총리로 지명하기 전날 간디에게 정부 구성을 제의했으나 간디는 이를 거부하고 셰카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의회 총의석 5백24석중 1백95석으로 최대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회의당이 정부구성을 거부하고 기껏해야 60여석밖에 안되는 셰카르파에 정권을 넘긴데에는 라지브 간디의 정치적 속셈이 복선으로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즉 종교분쟁ㆍ연방고용정책 등 두가지 난제를 지금 바로 떠맡기보다는 이 부담을 자나타 달당에 떠넘김으로써 정적인 자나타 달당의 정치적 무기력을 입증해 보인 뒤 정권을 잡겠다는 의도가 없지않다는 얘기다.
인도 정치분석가들 속에 「거북이」라는 평이 있을 만큼 끈기 있는 정치가인 찬드라 셰카르 신임 총리가 이같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주목된다.<박영수기자>
◎인 새총리 지명 셰카르/지난해 간디 참패시키는데 일조/62년 상원 진출… 사회주의 정치인
인도 제8대총리로 지명된 찬드라 셰카르 의원(63)은 끈기와 집념으로 총리에 대한 야망을 키워온 역전의 정치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셰카르는 지난해 11월 자나타 달당 중심의 5개 야당세력이 라지브 간디 전총리의 집권 국민회의당을 참패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나 비슈와나트 프라탑 싱에게 총리자리를 내주어야 했던 불운을 감수해야 했다.
셰카르는 그후 싱 총리의 정치노선에 끊임없는 비판을 가해왔으며 결국 지난 7일 싱 총리가 불신임투표에서 패배,사임함에 따라 마침내 오랜 소망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지난 51년 대학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곧바로 정치에 입문,인민사회당(PSP)에 입당한 셰카르는 55년 당사무총장,62년 상원진출 등 빠른 출세가도를 달렸다.
그후 수년간을 사회주의자로 활동하던 셰카르는 65년 PSP를 나와 인디라 간디의 중도노선인 국민회의당에 합류,중도좌파적 정치노선을 걷게된다.
75년 간디와 결별한 셰카르는 77년 총선에서 야당연합세력인 자나타당의 당수가 되었으며 88년 자나타당이 자나타 달당에 통합될때까지 일체의 정부관직을 거부한 채 총리에의 꿈을 키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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