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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무마 없었다”…용두사미 성적표 낸 故이예람 특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성추행 사망 및 사건 축소·은폐 의혹을 수사해 온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13일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등 당시 사건 관계자 8명을 재판에 넘기고 100일간의 특검 수사를 마무리했다. 특검이 출범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던 군 지휘부의 수사 무마 의혹을 끝내 밝히지 못하면서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검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실장 등 장교 5명, 군무원 1명, 전 부사관 1명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공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 1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100일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100일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특검 “군의 조직적 수사 무마, 근거 없다”

특검팀은 수사의 핵심이었던 군의 조직적 수사 무마 및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해 “근거 없다”고 결론 내렸다. 안미영 특검은 “형법적 개념에서의 공범으로 보면 조직적으로 했다곤 볼 수 없다”면서도 “다만 이 중사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가해자를 우선시하고 이 중사를 냉담하게 대하는 모습 등이 이 중사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고 설명했다.

전 실장이 사망 관련 보고를 받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직무유기 의혹에 대해 특검팀 관계자는 “당시 전 실장이 가해자의 증거인멸 정황 등을 따져 구속 수사 여부를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던 것이 확인됐다”며 “직무유기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군이 성추행 가해자들을 불구속 수사했던 것이 전 실장과 같은 대학교를 나온 해군 법무실장 출신 변호사가 속해 있는 로펌을 선택한 결과라는 전관예우 의혹에 대해서도 특검팀은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특검팀은 전 실장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군검찰이 성추행 가해자에 대한 군검찰의 수사상황을 전 실장에게 전달한 혐의로 군무원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전 실장이 A씨에게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도록 지시했다는 취지로 주장하자 전 실장은 담당 군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특검팀은 이같은 행위가 계급·지위를 앞세운 강요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 실장 측은 입장문을 통해 “당시 군 검사는 육군 소속으로 전 실장과 상하관계에 있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그래서 직권남용이 아닌 특가법 위반으로 기소한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특검팀은 직무유기 의혹이 제기됐던 20비행단 군사경찰 관계자들과 2차 가해를 의혹이 제기됐던 제15특수임무비행단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불기소 처분했다. 각각 “나타난 사실관계에 대해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방부가 기소한 이상의 다른 혐의 내용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반면 특검팀은 ‘전익수 녹취록’ 조작혐의를 받는 B변호사를 구속 기소했다. 군인권센터에 제보된 녹취록은 전 실장이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의 근거가 됐다. 특검팀은 이 녹취록이 B변호사가 전 실장에 앙심을 품고 고의로 조작한 것이라고 파악했다.

이같은 수사 결과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전익수 녹취록 조작‘이라는 지류에 묻혀 수사 본류를 충분히 수사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군 상부의 회유·무마 있었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는데, 녹취록 조작 의혹에 매달리다 결국 다수 사건 관계자의 신병 확보에 실패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특검 관계자는 “국민적 이슈가 됐던 사건의 진위를 밝혀야 했고, 수사 무마 의혹 수사도 소홀히 되지 않았다”고 반론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유가족 “특검, 부실수사 실체적 진실에는 이르지 못해”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1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중사의 빈소에서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가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1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중사의 빈소에서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가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중사 유가족 및 지원단체는 수사결과 발표 직후 “전 실장이 기소되고 이 중사가 겪었던 2차 피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점은 주요한 성과”라며 “전 실장을 반드시 엄벌해 일벌백계하고, 국방부장관은 즉시 징계 절차에 착수해 전 실장을 중징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유가족은 “특검은 이 중사 사망 전후로 가해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가 계속된 이유를 끝내 규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관련자들이 진술을 거부하고, 휴대전화를 폐기하거나 기록을 삭제하고, 주요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하다 적발된 정황까지 확인되는데 이러한 이유로 특검은 부실수사의 실체적 진실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여 유가족의 한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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