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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침수된 우리집 물 퍼줘"…교수, 집 복구에 학생 동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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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에 있는 한 대학교수가 자신의 집이 수해를 당하자 학생들을 동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충청남도 부여군에 위치한 문화재청 산하 특수국립대학 한국전통문화대. [사진 전통대 홍보물 캡처]

충청남도 부여군에 위치한 문화재청 산하 특수국립대학 한국전통문화대. [사진 전통대 홍보물 캡처]

13일 충남 부여에 있는 한국전통문화대학(전통대)에 따르면 경북 경주에 있는 이 대학교수 A씨 집은 지난 6일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물에 잠겼다. A씨는 이날 대학 학과 사무실과 학생회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학생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학교측은 전했다. 이에 담당 조교와 해당 학과 학생 부회장은 각각 동문회와 재학생 단체 채팅방에 관련 내용을 알렸다.

학생 10여명은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1박 2일 동안 경주 A씨 집에서 수해 복구에 참여했다. 집에 고여있는 물을 빼고, 가구를 집 밖으로 옮기는 게 주요 활동이었다. 일부 학생은 교수 수해 복구에 참여하느라 수업도 빼먹었다고 한다.

이에 일부 학생과 학부모가 불만을 제기했다. 수해복구에 나섰던 학생 B씨는 “교수님 사정이 딱했던 건 사실이지만 왜 학생들이 물을 푸는 일에 동원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학과 조교와 학생회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7일 전통대 학교 측이 각 학과 교원에게 배포한 공문. [사진 전통대 공문 캡처]

7일 전통대 학교 측이 각 학과 교원에게 배포한 공문. [사진 전통대 공문 캡처]

이런 사실을 파악한 학교 측은 7일 “학생에게 업무와 무관한 개인 심부름 등 사적인 용무를 지시하는 행위는 심각한 갑질 행위”라며 “각 학과에서는 (수해복구에 학생을 동원하는 등) 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학교 구성원에 통보했다.

교수·학생회 “오해 있었다” 

이에 대해 A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집이 90% 이상 잠길 만큼 피해가 컸고 일손이 부족해서 ‘자발적으로’ 도움 줄 학생만 요청했던 건데 전달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전혀 의도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해명했다. A씨의 학과 학생회 부회장은 “교수님 상황이 어려우신 것 같아 돕고 싶은 순수한 마음에 자원봉사자 모집 공지를 했다”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어찌 됐든 학생들을 (수해복구에) 동원하는 건 맞지 않는다”며 “앞으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 조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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