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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 위기 이재명, 장화 신고 포항갔다…"피해 지원금 늘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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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경북 포항 수해 현장을 찾아 재난지원금 최대 지원과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정부에 요청했다.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처한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 정국을 민생 행보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인근 주택을 찾아 주민을 위로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인근 주택을 찾아 주민을 위로하고 있다. 뉴시스

수해 지역서, ‘트레이드 마크’ 재난 지원금 꺼낸 李

이날 이 대표는 태풍 힌남노에 직격탄을 맞은 포항 대송면 일대를 돌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청록색으로 색이 바뀐 민방위 점퍼가 아닌, 기존의 노란색 민방위 점퍼를 입고 파란 장화를 신었다.

이강덕 포항시장으로부터 피해 현황 브리핑을 들은 그는 얕은 한숨을 쉰 후 “침수 피해 지원액인 200만원은 너무 소액”이라며 “이번 기회에 지원금 상향을 정부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시행령상 자연재해로 인한 주택 침수 피해 지원금은 최대 200만원인데, 이를 올리자는 주장이다.

이에 이 시장이 “세월이 달라졌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동의하자, 이 대표는 “저도 지방행정을 해본 입장에서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우리 경제력이 과거와 다른데, 재난 지원 문제는 거의 변화가 없다.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을 찾아 이강덕 포항시장(맨 왼쪽)으로부터 태풍 '힌남노' 피해 현황을 보고 받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을 찾아 이강덕 포항시장(맨 왼쪽)으로부터 태풍 '힌남노' 피해 현황을 보고 받고 있다. 뉴스1

재난 지원금 문제는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에도 띄워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낸 이슈다. 코로나 감염이 한창이던 당시,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방침보다 한 발 더 나간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주장해 일부 관철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이날 포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는 “정부가 응당 특별재난구역 선포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저희도 신속하게 선포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날 이 대표는 ▲특별교부세 확대ㆍ지원 ▲포항지역 배수 펌프장 신속 보완 ▲민주당 자원봉사단 참여 등의 계획을 밝혔다.

“오직 민생”이라면서…당은 온통 대여 공세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에서 이 대표는 '민생 리더’로서의 이미지 부각에만 집중했다.
이날 기자들이 ‘검찰이 기소할 경우 대응책은 무엇이냐’, ‘대장동ㆍ백현동 관련 발언이 허위사실 유포가 맞다는 증언이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었지만 그는 모두 답하지 않았다.

현장 방문 후에도 그는 페이스북에 “정치는 오로지 민생이고, 민생의 핵심은 경제”며 “외교실패가 낳은 치명적 피해를 신속 수습해야 한다”고 썼다. 지난달 미국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방한 당시 있었던 이른바 ‘펠로시 패싱’ 논란으로 인해 한국의 전기차 업체가 피해를 봤다는 보도를 링크하면서다. 이후 국회 본회의에 들어설 때도 그는 ‘부인 김혜경씨가 검찰에 소환됐다’는 취재진 질문에 다른 답을 했다. 그는 김씨나 검찰 관련 언급 없이 “국민의 삶을 챙기고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데 총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종일 “오로지 민생”이라고 외친 이 대표와 달리 이날도 민주당은 대여 투쟁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틀 전(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관련)에 이어 이날(김 여사 장신구 재산신고 관련) 윤석열 대통령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또 김 여사 주가 조작 등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김건희 특검법’도 이날 민주당 의원 전체가 공동발의했다.

이런 행보에 이 대표 측은 “당은 정부가 잘못한 것을 지적하는 한편, 이 대표는 정부가 챙기지 못하는 민생을 살펴나가는 투트랙 행보”라고 말했다. 다만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민생 행보보다는 대여 투쟁이 훨씬 자극적으로 보인다”며 “더욱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터진 후의 민생 행보가 국민에 진정성 있게 다가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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