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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커지는 '장핵관'...권성동 책임론에 '권핵관'은 부글부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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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와 장제원 의원이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와 장제원 의원이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비상대책위원회를 새로 꾸리기 위해 당헌을 개정하기로 뜻을 모은 30일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끝난 뒤 재선 의원들이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섰다. 재선 의원들을 대표해서 성명서를 발표한 이는 정점식 의원. 정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 일말의 애정이 있었다면 본인 스스로 당을 위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뒤 질의응답에선 이철규 의원이 나섰다. 회견 직전 일부 언론이 이 의원이 의총에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은 대선 일등공신’이란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한 걸 “왜곡된 보도”라며 반박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의 회견 뒤 당내에선 “다들 ‘장핵관’이 나섰네”라는 반응이 나왔다. 윤핵관에 빗대 장제원 의원과 가까운 이들을 ‘장핵관’(장제원 의원 측 핵심 관계자)로 표현한 것이다. 이철규 의원은 장 의원이 중심에 있다고 여겨지는 친윤계 의원 모임 ‘민들레’의 간사고, 정점식 의원은 회원이다.

최근 당내에선 이렇게 ‘장핵관’으로 불리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때 ‘브라더’ 사이로 불리던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 의원 사이가 멀어지면서 최근 여권에서 “윤핵관과 가까운 인사들이 ‘권핵관’(권성동 원내대표 측 핵심 관계자)과 ‘장핵관’으로 분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과 맞물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 의원은 이날 의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최근 공개 행보도 적고, 정치적 메시지도 많지 않다. 그러나 장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은 외려 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모양새다. 장 의원과 가깝다고 알려진 박수영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를 겨냥해 “무효와 정지도 구분 못 하는 무지”, “양두구육: 앞으로는 ‘배나사’(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내걸고, 뒤로는 접대받는 행위를 이르는 말”이라고 썼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요즘 당에선 박 의원이 장핵관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장핵관이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건 지난달 8일 이준석 전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 처분을 받은 이후다. 권 원내대표는 이 전 대표의 징계를 ‘사고’로 보고 자신이 대표 직무대행을 맡았다. 그런데 장 의원과 가깝다고 평가받는 의원들은 ‘직무대행 체제’가 아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았다. 배현진 의원은 지난달 29일 전격적으로 최고위원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비대위 전환을 위한 물꼬를 텄다. 같은 날 박수영 의원은 초선 의원 32명과 함께 “신속한 비대위 전환을 촉구한다”는 연판장을 돌렸다. 최고위원들의 사퇴가 추가로 이어지자 권 원내대표는 결국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지난 26일 법원이 국민의힘의 비대위 전환에 급제동을 걸면서 이러한 비대위 전환은 책임론에 휩싸이게 됐다. 이 전 대표가 중징계를 받은 걸 애초 ‘궐위’가 아닌 ‘사고’로 규정해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 빌미를 준 권 원내대표에게 화살이 몰렸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라”는 요구도 분출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전회한 가운데 권성동 원내대표가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김성룡 기자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전회한 가운데 권성동 원내대표가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김성룡 기자

그러자 권 원내대표와 가까운 인사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나왔다. “사고는 장핵관이 치고, 책임은 왜 권 원내대표가 져야 하느냐”는 볼멘소리였다. 실제 지난 27일 의총에선 권 원내대표와 가까운 윤한홍 의원이 “연판장을 주도했던 의원들도 나와서 한 말씀 하라”며 에둘러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연판장으로 비대위 전환이 촉진됐기 때문에 박수영 의원 등 32명의 초선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권 원내대표와 가까운 인사는 “비대위 전환에 더 많은 책임이 있는 ‘장핵관’들이 숨어서 권 원내대표만 비난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윤핵관 내부의 권력 투쟁 양상이 노출되다 보니 장핵관과 권핵관을 향한 당내 부정적 여론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서로를 향해 비난하고 있는데, 남들이 보기엔 똑같이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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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적으로 이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를 돕는 활동을 하고 있는 신인규 전 부대변인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윤핵관의 하위 분파로 장핵관이 생기고, 권핵관이라는 말이 나와서 방송에서 관련 질문을 받는 것 자체가 너무 부끄럽다”며 “장핵관 줄 세우고, 무슨 포럼 만들어서 또 줄 세우고 의총보다 거기에 더 많이 출석해서 줄 서는 이런 구태 정치를 이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도 전날 라디오에서 “장핵관으로 줄 서려는 사람이 있다”며 “줄서기 행태가 만연하고 있으면 당에서 무슨 올바른 소리가 나오겠냐. 이런 말도 안 되는 줄서기 행태, 구태스러운 공천권 때문에 옳은 소리 못 하는 행태는 이번 기회에 불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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