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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톱 윤핵관도 해석 다르다...‘이준석 사태’ 키우는 '尹心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와 장제원 의원이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와 장제원 의원이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이준석 사태’ 국면에서 여권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 즉 ‘윤심(尹心)’이었다. 지난달 8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준석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한 뒤 당의 진로를 놓고 혼선이 커질 때마다 윤심에 당의 의사를 맞춰온 까닭이다. 지난달 11일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결정할 때도, 지난 9일 전국위원회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의결할 때도 여권에선 “윤심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런 윤심은 지난 26일 법원이 이 전 대표가 신청한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 집행 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이후 또 다시 여권의  최고 관심사가 됐다. 비대위 체제에 급제동이 걸린 뒤 지난 27일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자리를 유지키로 결정한 게 과연 윤심이냐 아니냐를 놓고서다.

의총 다음날인 지난 28일에 곧바로 윤심에 대한 상반된 해석이 나왔다.

한때 권 원내대표와 ‘형제 사이’라고까지 불리던 장제원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은 권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공교롭게 조경태(5선)·윤상현(4선)·김태호(3선) 등 중진 의원들이 이날 잇따라 권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면서 여권에선 “권 원내대표가 버티기 힘든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 측에선 전혀 다른 말이 나왔다. “권 원내대표가 아무 생각 없이 결정했겠느냐. 윤 대통령이 반대한다면 권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일부 의원들이 자꾸 사실과 다른 말을 흘린다”는 불만도 토로했다.

이렇게 혼선이 가중되던 상황에서 주말을 지나 29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난 윤 대통령은 “우리 당의 의원과 당원이 중지를 모아 내린 결론이면 존중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외견상 ‘권성동 체제’에 대해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이었다. 게다가 장제원 의원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수습은 누가 하나. 새로운 비대위를 출범시킬 사람이 없지 않나”라며 ‘권성동 사퇴설’을 공개적으로 일축했다. 여권에선 “일단 새로운 비대위를 출범시키기까지는 권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수습하는 것으로 정리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문제는 이런 윤심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당장 새로운 비대위 출범 이후 권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또 다른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 ‘직무대행→비대위 전환→가처분 결정 수습’ 국면을 차례로 거치면서 윤심이 가장 큰 잣대가 됐던 까닭이다. 당장 주호영 비대위원장 없이 비대위 회의를 열어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를 재확인한 29일에도 당내에서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 다르다. 도대체 진짜 윤심이 뭔가”(TK지역 초선 의원)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전 대표 징계부터 법원 결정까지 한달 반 내내 당에서 ‘구름 위 윤심’ 살피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대선 캠프 시절 ‘투톱’이자 한때 브라더(형제)를 표방한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측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윤 대통령의 뜻을 쉽게 파악하기 어려워졌다는 말이 

당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각자 말을 들어보면 전부 윤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다는 식으로 말을 하는데, 왜 서로 말이 반대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중심을 잡아야 할 대통령실 참모들도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 일각에선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권 원내대표, 장 의원과와의 친소관계에 따라 하는 얘기가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실에선 “여의도에서 윤심을 파는 이들을 경계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만 막상 참모 중 일부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는 비판인 셈이다.

반면에 "윤 대통령 특유의 통치 스타일에서 이유를 찾아야한다"는 분석도 있다. 윤 대통령이 일종의 ‘제왕학’ 방식대로 핵심 측근에게 권력이 몰려 생기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일부러 힘을 분산시키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또 다른 쪽에선 “입당 1년 만에 당선된 대통령이 뒤늦게 당내 접점을 늘리다 보니 메시지가 통일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전직 의원)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는 분위기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주자들이 경쟁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여권 내 혼선을 가중시키는 측면도 있다. 일종의 ‘메아리 효과’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상당수 당원이 이준석 전 대표뿐 아니라 윤핵관에게도 여권 혼선의 책임을 묻고 있다”며 “당권 주자들 입장에선 이들을 겨냥해 목소리를 높이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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