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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이방원'도 탈세계화 산물…하반기 환율 더 오른다" [앤츠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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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KB증권 사옥에서 하반기 국내 증시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KB증권 사옥에서 하반기 국내 증시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원화 가치가 연저점을 경신하면서 한국 주식시장도 출렁거렸죠. 통상 1300원대가 되면 고점으로 판단해 '환테크'하시는 분들은 달러를 팔곤 했는데요, 이젠 1300원은 '뉴노멀(새로운 기준)'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환율 어디까지 오를지, 하인환 KB증권 애널리스트를 만나 9월 이후 환율과 주식시장 전망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최근 고환율이 주식시장을 흔들었는데요.
"현재 상황을 설명할 단어 하나를 뽑자면 '탈(脫) 세계화'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탈세계화'는 상반기부터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해 이제 굉장히 중요한 단어로 자리 잡았는데요. 한국은 1980년 이후 전개된 세계화 시대에 가장 큰 수혜를 본 국가잖아요. 중국·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세계화의 수혜를 받은 국가들이 탈세계화가 오게 되면 정반대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지금 한국 경제를 보여주는 환율에 반영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화 자체의 약세 요인도 있는 거죠."
-탈세계화란 미국 중심의 세계와 중국 중심의 세계로 나뉘는 '블록화'를 의미하시는 걸까요?
"네, 맞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과 중국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큽니다. 그 두 국가가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거든요. 그런데 미국과 중국이 패권 다툼을 하면서 우리나라가 둘 중에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그런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지금 미국은 한국에 대해 중국으로 수출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런 현상들이 무역수지 적자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무역수지 적자에 따라 달러화가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가고, 그게 고환율을 부추기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유럽발 경제 위기가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기도 한데요.
"기본적으로는 미국이 긴축을 지속하면서 달러화가 강세인데다 유럽 경제가 지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인해 상당히 안 좋은 점도 리스크로 반영돼 있죠. 그래서 환율이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유로-달러 패리티(Parity)도 깨졌습니다. 과거 그런 사례는 두 번 있었다고 하죠.
"유로-달러 패리티가 깨졌던 시기는 1982년과 2000년입니다. 유로화가 도입 되기 전으로, 독일 마르크화를 기준으로 역산을 했을 때 그렇게 나타났습니다. 약간의 오차는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일단 감안하고 데이터를 보면요. 과거엔 패리티가 깨졌다고 해서 추세적으로 쭉 내려가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단기적으로 한번 올랐다가 저항선에 부딪히는 거죠. 지금 유로-달러 환율 패리티가 1.0 밑으로 내려갔고 0.99 정도를 찍고 다시 조금 올라왔는데요. 하지만 과거와 다른 점은 유럽 경기가 더 안 좋아지고 달러화가 좀 더 강세 흐름을 보이게 되면 한 번 올라온 이후 중장기적으로 내려갈 수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KB증권 사옥에서 하반기 국내 증시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KB증권 사옥에서 하반기 국내 증시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유럽 맏형인 독일의 산업 생태계가 가스를 기반으로 돼 있어, 러시아발 가스 공급 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환율이 하반기에 좀 더 올라갈(원화가치 하락) 여력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독일에 경기침체가 오거나 유럽 상황이 안 좋아져서 달러가 더 강세가 되면, 원화 가치가 함께 올라가지 않는 한,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더 떨어질 테니까요. 유로화를 먼저 따로 보면, 특히 독일 쪽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전력난이 생기고 산업시설을 가동하기가 어려워지면 경기 둔화가 오는 거죠. 이런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려면 러시아가 전쟁을 멈춰야 되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러시아가 전쟁을 멈출 가능성을 좀 작게 보고 있습니다. 지금 충분히 이득을 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미국이 긴축을 늦출 가능성도 적다고 봅니다. 미국의 고용이 너무 좋기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고삐를 더 죌 여력이 있어 달러화 강세는 더 심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 침체 논란이 있을 정도로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데 어째서 미국 고용은 좋은 걸까요.
"이 역시 탈세계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1980년 이후로 생산시설은 주로 미국을 빠져나가 중국 등으로 이동했는데요.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안' 등이 통과하면서 생산 시설을 미국 본토로 가져오려는 정책을 펴고 있잖아요. 거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이민을 규제하면서 저임금 노동자인 이민자 유입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노동 공급은 제한되고 생산 시설은 늘면서 고용 상황을 나타내는 수치가 좋아진 것입니다."
-내년에는 Fed가 긴축 고삐를 늦출 것이라는 시장의 컨센서스가 깨지는 상황이 된 걸까요?
"네, 현재 시장은 Fed가 내년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걸 반영해 왔는데, 저희는 좀 다르게 전망을 하는 거죠. 인하할 가능성이 좀 적다는 쪽으로요. 물가는 피크아웃으로 떨어질 수 있겠지만 고용 시장이 튼튼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할 때까지 긴축을 할 여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모든 섹터에 대해 너무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는 없습니다. 최근에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게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2차전지·방산·원자력)이잖아요. 이 다섯가지 분야가 지금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탈세계화 시대에 강세를 보일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태양광·조선·2차전지·방산·원자력은 정치적인 이유로 투자가 늘어나는 분야들입니다. 그래서 경제 전체적으로는 투자가 줄어들 수 있지만 정책적인 이유나 정치적인 이유들이 반영되는 업종들은 투자가 오히려 더 늘어나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들 주식을 테마주로 보기보다는 주도주로 보고 조금 더 강세로 갈 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중국도 최근에 재정 정책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거든요. 지난해 말에는 통화 정책 중심이었지만 올해 말 시진핑 주석 연임 여부가 확정되면 재정정책이 더 본격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책의 핵심은 '동수 서산 프로젝트'입니다. 중국의 동쪽에 주로 경제 기반이 치우쳐 있잖아요. 중국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쪽에 산업고도화를 꾀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등을 지어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프로젝트입니다. 산업을 고도화해서 미국의 첨단 기술 분야 제재에 대응하겠다라는 목적도 같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또 중국발 수혜주가 나올 수 있어요. 그 중 한 섹터는 반도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는 것이 다 반도체 쪽을 더 고도화하려는 전략이거든요. 시 주석의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10월 말 이후부터 반도체 쪽이 강세로 가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KB증권 사옥에서 하반기 국내 증시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KB증권 사옥에서 하반기 국내 증시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삼성전자 어떻게 보시나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지수를 움직이는 대표적인 반도체 대장주인데요. 이미 경기 침체와 미·중 갈등으로 인한 전망으로 가격이 저렴해졌고요. 방금 말씀드린 대로 중국 쪽에서의 정책 모멘텀이 발생하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도 기본적으로 자국산 반도체 키우려고 하겠지만 지금 당장 100% 대체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중기적으로는 반도체가 중국의 투자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미·중 경쟁으로 인해 발생할 피해도 계산해야 하지만, 수혜도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투자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저도 지난해 집을 산 '영끌족' 중 한명입니다. 그래서 투자보다는 대출을 갚는데 집중하고 있는데요. 나름대로 여기도 재테크의 비법이 있습니다. 변동금리부터 갚는 거죠. 고정금리는 한동안 갚을 생각이 없는데 그 이유는 '인플레이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인플레이션 때문에 제가 대출 받은 원금의 화폐 가치가 계속 떨어져 가고 있는 거죠. 그래서 고정금리로 받은 대출은 금리가 아주 높은 게 아니라면 오히려 최대한 늦게 갚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변동 금리는, 금리가 계속 오를 전망이기 때문에 여유가 생길 때마다 갚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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