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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변한 다대포 바다…"치매·파킨슨병 유발 독소 국내 첫 검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2일 오후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이 초록빛으로 변했다. 낙동강에서 떠내려온 녹조로 인해 다대포 해수욕장 입수가 5년 만에 금지됐다. 중부지방에서 집중호우가 발생함에 따라 낙동강 보와 하굿둑을 개방했는데, 이 과정에서 강에 있던 녹조가 바다로 떠내려왔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오후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이 초록빛으로 변했다. 낙동강에서 떠내려온 녹조로 인해 다대포 해수욕장 입수가 5년 만에 금지됐다. 중부지방에서 집중호우가 발생함에 따라 낙동강 보와 하굿둑을 개방했는데, 이 과정에서 강에 있던 녹조가 바다로 떠내려왔다. 연합뉴스

낙동강 보 수문 개방으로 낙동강 녹조가 밀려오면서 일시 폐쇄됐던 부산 다대포해수욕장 바닷물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등을 유발하는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신경독소가 검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경운동연합·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 등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연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초부터 진행한 낙동강 일대 남세균 녹조 실태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특히 지난 12일 폐쇄 중이던 다대포해수욕장 바닷물을 분석했는데,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베타 메틸아미노 알라닌(beta-Methylamino-L-alanine, BMAA)이 1.116ppb 검출됐다고 밝혔다.

BMAA 국내에서 첫 검출 

낙동강네트워크와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등으로 구성된 낙동강 국민체감 녹조 조사단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하류 김해대동선착장에서 상류 영주댐까지 물과 흙, 저서생물에 대한 조사 및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낙동강네트워크와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등으로 구성된 낙동강 국민체감 녹조 조사단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하류 김해대동선착장에서 상류 영주댐까지 물과 흙, 저서생물에 대한 조사 및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국내 환경 시료에서 BMAA가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이들 단체는 덧붙였다.

BMAA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20개 아미노산에는 포함되지 않는 비(非)단백질성 아미노산이다. 단백질 합성 과정에서 아미노산인 세린 대신에 BMAA가 들어가게 되면 단백질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이로 인해 BMAA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다대포해수욕장에서만 검출이 됐고, 다른 20여 개 낙동강 수질 시료에서는 BMAA가 정량 한계(0.01ppb) 미만으로만 검출이 됐다.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의 낙동강 레포츠 밸리 앞 낙동강 퇴적토에서만 ㎏당 3.247㎍(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의 BMAA가 검출됐다.

분석을 맡은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이승준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 담수 녹조가 바다로 방류됐을 때 바다에서 BMAA가 검출된 사례가 있다"며 "담수 녹조 생물인 남세균이 염분이 있는 바다로 들어가면서 생리적 스트레스 때문에 BMAA를 생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강물 속의 질소·인과 같은 영양물질이 바다로 들어가면서 다른 남세균이나 다른 조류(algae)가 급격하게 번성하면서 BMAA를 생성했을 수도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10일 이후 낙동강 방류로 인해 다대포해수욕장은 물론 경남 거제시까지도 낙동강 녹조가 확산했다는 것은 부산시나 경남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 확인한 사실"이라며 "낙동강의 녹조와 다대포해수욕장 BMAA 검출이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낙동강에선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지난 4일 환경단체 조사단이 낙동강 하류지점인 경남 김해시 대동면 김해어촌계 대동선착장에서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 물을 와인잔에 받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환경단체 조사단이 낙동강 하류지점인 경남 김해시 대동면 김해어촌계 대동선착장에서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 물을 와인잔에 받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해 8월 조사에 이어 이번 조사에서도 남세균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MC)이 다량 검출됐다고 밝혔다.
200여 가지 MC의 합계인 총MC 기준으로 상수원수를 취수하는 해평취수장 취수구 부근에서는 245ppb, 농업용수를 취수하는 도동양수장 취수구에서는 3922ppb, 낙동강 하구 선착장에서는 1434ppb가 검출됐다는 것이다.
경남 양산의 논 두 곳에서는 각각 126ppb와 5079ppb가 검출됐다.

또 다른 남세균 독소인 실린드로스퍼몹신의 경우 달성보 선착장에서 0.41ppb가 검출된 것을 비롯해 7곳에서 검출됐다. 남세균 독소인 아나톡신은 유일하게 낙동강 상류 영주댐 선착장에서 3.945ppb가 검출됐다.

임희자 위원장은 "다대포해수욕장에서는 발암물질이자 간 독성과 생식 독성을 나타내는 MC가 10ppb 이상 검출됐고, 청소년들이 친수활동을 하는 낙동강 레포츠 밸리에서도 388ppb나 검출됐다"며 "미국 환경청의 물놀이 기준인 8ppb와 비교했을 때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수돗물 남세균 독소 검출 논란도 

지난달 26일 대구 문산취수장 앞 낙동강 짙은 녹조가 발생했다. 녹조 원인 생물인 남세균이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지난달 26일 대구 문산취수장 앞 낙동강 짙은 녹조가 발생했다. 녹조 원인 생물인 남세균이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올해 초 낙동강 노지 재배 농작물에서, 지난달에는 대구 수돗물에서 남세균 독소가 검출됐다"며 "농작물과 수돗물에 든 녹조 독소가 우리 밥상과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가톨릭관동대 교수)은 "녹조 독소로 심하게 오염된 강물도 정화하면 수돗물로 마시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환경부나 지방자치단체는 각성해야 한다"며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이런 물과 이런 농산물을 먹게 한다는 것은 책임 있는 어른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부와 대구시는 지난달 환경운동연합 등과 같은 시료로 분석했지만 대구시 수돗물에서 남세균 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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