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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독성' 금강 남세균 독소…하굿둑 바깥 갯벌 굴·조개에도 쌓인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8월 금강 하구둑에 남세균 녹조가 짙게 발생했다. 오른쪽이 금강 쪽이고, 왼쪽이 서해 쪽이다. [김종술 씨 제공]

지난해 8월 금강 하구둑에 남세균 녹조가 짙게 발생했다. 오른쪽이 금강 쪽이고, 왼쪽이 서해 쪽이다. [김종술 씨 제공]

해마다 여름철이면 금강 하굿둑 안쪽 호수에서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녹조가 발생하고, 이때 생성된 남세균 독소가 하굿둑 바깥 바다까지 오염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강 하굿둑 바깥 바다로 배출되는 남세균 독소(마이크로시스틴, MC)의 양은 여름철에만 수 톤에 이르러 하굿둑 갯벌에 서식하는 동죽·굴 등에서도 독소가 검출되고 있다.

MC는 간 독성이나 남성 정자 수 감소 등 생식 독성을 가지고 있어 오염 실태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안전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0일 중앙일보는 충남대 해양환경과학과 홍성진 교수와 한양대 연구팀이 2019~2021년에 국제 저널에 발표한 금강 하굿둑 녹조 독소와 관련된 논문 3편을 분석, 금강 하굿둑 내부는 물론 하굿둑 바깥 갯벌 생물에서 독소가 지속해서 검출됐던 사실을 확인했다.
3편의 논문은 2019년 10월 '국제 환경(Environmental International)' 저널에, 2020년 11월 '종합 환경 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지난해 9월에는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각각 실렸으나, 지금까지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2019~2021년 3편의 논문 발표 

금강 하굿둑 녹조 조사 지점. [자료: Science of Total Environment, 2021]

금강 하굿둑 녹조 조사 지점. [자료: Science of Total Environment, 2021]

논문에 따르면, 2017년 7~8월 하굿둑 내부 호수의 MC 농도는 L당 0.4~7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었고, 여름철 하굿둑을 거쳐 바다로 방류된 MC는 모두 4.4톤으로 계산됐다.

또, 2018년 5~10월 사이 바다로 방류된 담수에서 남세균 세포에 붙은 MC는 L당 0.05~235㎍, 물에 녹은 MC는 L당 0.02~3.8㎍이 검출됐다. 이에 따라 총 2.2톤의 MC가 바다로 방류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남세균 세포 하나에 1.12pg(피코그램, 1pg=1조분의 1g), 엽록소a 1㎍당 0.76㎍의 MC가 들어있다는 통계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계산한 것이다.
2019년 8~9월에도 조사가 이뤄졌는데, 9월 6일 하굿둑 내부에서는 남세균 세포에 붙은 MC가 L당 최대 120㎍ 검출됐다.

금강 하구호의 짙은 녹조. 지난해 8월 '금강 지킴이' 김종술씨 드론으로 촬영했다. [김종술 씨 제공]

금강 하구호의 짙은 녹조. 지난해 8월 '금강 지킴이' 김종술씨 드론으로 촬영했다. [김종술 씨 제공]

해외에서도 담수 녹조 독소가 바다로 유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본 규슈의 간척지 이사하야만(灣)의 인공호수에서 바다로 배출하는 MC가 연간 64.5㎏인 점을 고려하면, 금강 하굿둑에서 바다로 배출되는 MC의 양은 이사하야만의 최소 수십 배에 이른다.
연구팀도 2019년 논문에서 "금강 하구의 하구댐을 통해 배출되는 MC 양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보여 MC가 하구 및 연안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다량의 남세균 MC가 바다로 배출되면서 하굿둑 바깥 해양 생태계에서도 뚜렷한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2018년 조사 당시 하굿둑 바깥 바닷물에서는 남세균에 붙은 MC가 L당 0.01~2.68㎍(0.41㎍)이, 퇴적물에서는 g당 0.02~0.68㎍(평균 0.19㎍)이 검출됐다.
2019년 조사 당시 하굿둑 바깥 바닷물에서 남세균 세포에 붙은 MC가 L당 2.4㎍ 이상 검출됐다.

WHO 기준치 초과했을 수도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aeruginosa)의 광학 현미경 사진. 여름철 녹조 발생의 원인 생물이다. 작은 세포가 주머니 속에 들어있다가 주머니가 터지면 하나씩 흩어지게 된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aeruginosa)의 광학 현미경 사진. 여름철 녹조 발생의 원인 생물이다. 작은 세포가 주머니 속에 들어있다가 주머니가 터지면 하나씩 흩어지게 된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바다로 나간 MC는 갯벌 생물 몸에서도 검출이 되고 있다. 2017년 조사 때 생물체 내 MC 농도는 건조중량 1g당 40~868ng (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까지 다양했다. 특히 탕·국물에 많이 사용되는 조개인 동죽의 경우 g당 최대 868ng(MC 중에서도 독성이 가장 강한 MC-LR는 420ng/g)이 검출됐다.

2018년 조사 때 조개류에서는 g당 0.68~1.9㎍(평균 1.2㎍), 게 등 십각류에서는 0.4~7㎍(평균 3.8㎍)이 검출됐다. 논문에서는 "여러 MC 중에서도 갯벌 생물에서는 MC-LR 농도가 가장 높았다"고 지적했다. 금강 하굿둑에서는 MC-LR가 30% 이상 차지했다.
2019년 조사 당시 굴에서 검출된 MC는 건조중량 1g당 0.36~7.9㎍이었다.

연구팀은 2019년 논문에서 기존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고밀도 남세균의 독성 물질이 방류를 통해 해양 환경으로 유입되면 갯벌 생물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서술했다.

마이크로시스틴 구조

마이크로시스틴 구조

문제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MC는 상당히 안정된 물질이라서 300도 이상에서도 잘 분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체중 1㎏당 MC를 하루에 0.04㎍ 이상 섭취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체중 60㎏ 성인이라면 2.4㎍ 이상 섭취하지 않아야 하는 셈이다.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에서는 생식 독성 기준으로 체중 1㎏당 하루 0.001㎍, 체중 60㎏ 성인의 경우 0.06㎍ 이상 섭취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물 연구(Water Research)' 저널에 실린 프랑스 연구팀 논문에서는 프랑스 연안에서 채집한 진주담치(Mytilus edulis, 홍합) 생중량 1g에서 평균 1㎍ 수준의 MC가 검출됐다고 보고했다. 프랑스 연구팀은 이런 진주담치를 섭취할 경우 WHO나 ANSES 기준에 의한 하루 섭취 허용량(TDI)을 초과할 수 있고, 이를 정기적으로 섭취할 경우 잠재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강 하구 갯벌에서 2017년 채집한 동죽이나 2019년 채집한 생굴의 경우도 이런 기준을 초과할 수 있으며, 독소에 오염된 어패류를 지속해서 섭취할 경우 간 독성으로 인해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연구팀의 홍성진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동죽·굴은 먹기 전에 해감하기도 해서 실제 섭취할 때는 MC가 줄어들 수도 있고, 물이나 쌀과 달리 어패류는 매일 섭취하는 것이 아니란 차이도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또 "어패류 속의 MC는 몸 밖으로 배출될 수도 있고, 몸속에서 분해될 수도 있어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부처 연구 결과에 무관심

지난해 8월 환경운동연합이 낙동강과 금강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고농도로 검출됐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찬수 기자

지난해 8월 환경운동연합이 낙동강과 금강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고농도로 검출됐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찬수 기자

한편, 금강 하구 갯벌 생물이 MC로 오염된 사실은 2017년부터 확인된 셈이지만, 지금까지 시민들에게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가 기금을 조성한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았으나, 정부 관련 부처나 학계·시민단체에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

홍 교수는 "국내외 세미나에서 여러 차례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담수 녹조는 환경부가, 해양오염은 해양수산부가, 어패류 오염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맡은 탓에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환경단체 등에서 낙동강·금강의 남세균 MC 오염을 본격적으로 문제 삼은 이후 최근에야 식약처에서 분석방법을 정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환경운동연합 이철재 생명의강 특위 부위원장은 "국내 관련 부처에서도 실태 조사를 폭넓게 진행하고 위험에 대해 경고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동안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금강뿐만 아니라 낙동강 하구 등에 서식하는 어패류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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