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독소 마이크로시스틴 낙동강·금강에서 고농도로 검출돼"

중앙일보

입력 2021.08.24 14:34

지난 4일 녹조가 발생한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와 경북 고령군 다산면 곽촌리를 잇는 강정고령보 일대 낙동강 물빛이 짙은 초록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녹조가 발생한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와 경북 고령군 다산면 곽촌리를 잇는 강정고령보 일대 낙동강 물빛이 짙은 초록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올여름 짙은 녹조(綠潮)가 발생한 낙동강과 금강에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MC)이 고농도로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MC는 녹조의 원인 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가 생성하는 독소로 세포 내에 축적됐다가 주변 환경으로 방출되기도 한다.

환경운동연합은 24일 서울 종로구 단체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이승준 교수와 함께 낙동강과 금강에서 물 시료에서 총(total) MC 농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물놀이 기준치 614배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열린 '낙동강 금강 독성 마이크로시스틴 현황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 모습. 앞줄 오른쪽부터 곽상수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종호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유병제 대구대 교수,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특위 부위원장. 강찬수 기자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열린 '낙동강 금강 독성 마이크로시스틴 현황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 모습. 앞줄 오른쪽부터 곽상수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종호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유병제 대구대 교수,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특위 부위원장. 강찬수 기자

이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0일까지 영주댐 상류에서 물금까지 낙동강 27개 지점과 용두정수장 등 금강 5개 지점에서 표층수(수심 0~15㎝)를 각각 1~5회 채집했다.

분석 결과, 낙동강 중류 국가산단 취수구 부근에서는 총 MC가 L당 4914.39㎍(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 검출됐다.

이 4914.39㎍/L, 즉 4914.39 ppb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지난 2019년 5월 물놀이 기준치로 권고한 8ppb의 614배에 이르는 농도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기준에서는 전체 MC가 아닌 MC-LR 농도만 따지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기준치 1ppb의 수백~수천 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일 낙동강 강정고령보 상류에서 채수한 녹조 시료. 강찬수 기자

지난 20일 낙동강 강정고령보 상류에서 채수한 녹조 시료. 강찬수 기자

이번 조사에서는 또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에서 4226.41 ppb가, 본포취수장 앞에서는 1555.32ppb, 강정고령보 상류에서는 238ppb가 검출됐다.

금강에서도 어부 배터 선착장 앞에서 2362.43 ppb가, 용포대교 수상스키장 부근에서 1532ppb가 검출됐다.

물놀이 때 삼키면 복통·간손상 

낙동강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결과. 자료:환경운동연합

낙동강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결과. 자료:환경운동연합

금강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결과. 자료:환경운동연합

금강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결과. 자료:환경운동연합

음용수를 마시거나 물놀이 때 부주의로 마시는 물을 통해 MC를 섭취하게 되면 복통과 구토, 설사를 일으킬 수 있고 간 손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조사에 참여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지난 20일 채집한 강정고령보 상류는 녹조가 심각해 '녹조 라테'가 아니라 '녹조 곤죽' 수준이었다"며 "녹조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수상스키를 타는 위험천만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환경부 관계자는 "조류(藻類) 경보제를 운용하며 주요 상수원수에서 MC 농도를 분석하는데, 지난 3년 중 최고치가 1.75㎍/L(1.75 ppb)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중앙일보에 밝힌 바 있다.
상수원수의 MC 농도가 낮기 때문에 이를 정수한 수돗물이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게 환경부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조사팀은 "환경부는 녹조가 심하지 않은 강 가운데, 취수구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취수하기 때문에 녹조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임희자 낙동강 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사람들이 물을 이용하고 물을 취수하는 곳은 강의 가장자리"라며 "유역 주민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원칙에 따라 이번에 채수했고, 미국에서도 그런 원칙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로졸 형태로 코로 들어올 수도 

임희자 낙동강 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강찬수 기자

임희자 낙동강 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강찬수 기자

이승준 교수는 이날 배포한 자료를 통해 "시아노박테리아 독소는 에어로졸을 통해 인체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고, 미국 환경청에서도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최근 연구에서는 코를 통해 들어올 경우 직접 혈관으로 유입될 수 있어 먹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결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녹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 수문을 개방해야 하고, 보 수문 개방을 위해서는 취·양수시설의 위치를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낙동강 취·양수시설 개선 비용 9000억 원을 내년 정부 예산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종호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에 대해 4대강의 실질적 복원을 기대했는데, 언론과 시민단체가 나서야 하는 이런 지경이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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