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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합 "낙동강 인근 쌀에서도 녹조 독소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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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낙동강 본포양수장 부근 논에서 관찰되는 녹조.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벼를 통해 쌀에 잔류하는 것으로 환경운동연합 조사 결과 나타났다. [환경운동연합]

낙동강 본포양수장 부근 논에서 관찰되는 녹조.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벼를 통해 쌀에 잔류하는 것으로 환경운동연합 조사 결과 나타났다. [환경운동연합]

녹조가 발생한 낙동강 물을 사용해 생산한 쌀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경운동연합과 시민환경연구소, 국회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이수진 의원 등은 '세계 물의 날'인 22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쌀에서도 발암물질이자 생식 독성을 가진 물질인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해 8월 낙동강·금강에서 고농도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달 8일에는 금강 인근에서 생산한 현미와 낙동강 인근에서 생산한 배추·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 생물인 남세균(Cyanobacteria)이 만드는 독성 물질로 간 독성과 생식 독성 등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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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1㎏에 2.53~3.18㎍ 검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의 구조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의 구조

낙동강 본포양수장 부근 농수로에서 관찰되는 짙은 녹조. 환경운동연합

낙동강 본포양수장 부근 농수로에서 관찰되는 짙은 녹조.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2월 낙동강 하류 지역에서 노지 재배한 쌀 시료 2개(각 10㎏)를 농민에게 직접 구입했고,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이승준 교수팀이 미국 환경보호국(EPA)가 공인한 효소 면역측정법으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환경연합은 또 시료를 분석한 결과, 쌀 1㎏당 각각 3.18㎍(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2.53㎍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쌀을 하루 300g 섭취한다고 했을 때 하루 섭취량으로 따지면, 시료 1의 경우 0.954㎍, 시료 2는 0.759㎍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체중 60㎏ 성인을 기준으로 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보호국(EPA) 환경건강위험평가소(OEHHA)에서 정한 간 병변 기준치가 하루 0.384㎍인데, 이번 조사 결과는 OEHHA 간 경변 기준치의 2~2.48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 OEHHA생식 독성 기준에 따른 60㎏ 성인의 하루 섭취 허용량이 0.108㎍인데, 이 수치의 7~8.8배에 해당하는 셈이다.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의 생식 독성 기준 0.06㎍(체중 60㎏ 성인)과 비교하면 12.7~15.9배에 해당한다.
세계보건기구(WHO) 간 손상 기준인 2.4㎍(체중 60㎏ 성인)으로 보면 기준치의 32~40% 수준이었다.

"프랑스 허용 기준의 20배 섭취할 수도"

22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열린 낙동강 쌀에서 '발암물질·생식 독성' 녹조 독성 물질 검출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열린 낙동강 쌀에서 '발암물질·생식 독성' 녹조 독성 물질 검출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운동연합은 또 지난번 조사에서 오염된 것으로 드러난 무(마이크로시스틴 농도 ㎏당 1.85㎍)와 배추(1.1㎍/㎏)로 만든 김치와 이번 조사된 쌀로 지은 밥을 함께 먹었을 때는 하루 1.249㎍까지도 섭취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체중 60㎏의 성인이라면 OEHHA의 간 병변 기준치의 3.25배를 섭취하는 셈이고, 생식 독성기준으로는 11.56배를 섭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ANSES의 생식 독성 기준으로 보면 20.81배를 섭취하는 꼴이고, WHO 간 손상 기준으로 보면 기준치의 52%에 이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시스틴의 경우 상당히 안정된 물질이라서 300도 이상에서도 잘 분해되지 않는다"며 "당연히 밥을 지어도 분해되지 않고 남아 인체에 흡수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계 부처간 책임 떠 넘기기 심각 

지난해 8월 24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열린 '낙동강·금강 독성 마이크로시스틴 현황 분석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낙동강 녹조 샘플을 놓고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8월 24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열린 '낙동강·금강 독성 마이크로시스틴 현황 분석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낙동강 녹조 샘플을 놓고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계속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사실을 공개하고 있으나, 환경부 등 관계부처에서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구체적인 해결책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농작물 문제이기에 환경부가 담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녹조 독소의 경우 농업용수와 농산물에 대한 잔류 기준과 시험법이 아직 규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서 당장 조처를 하기 어렵고, 향후 기준치가 마련되면 농산물 안전성 조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6월까지 식품에 대한 마이크로시스틴 시험법을 제정할 예정이고, 10월 중에 시중 유통 농산물에 대한 모니터링에 나설 계획이라는 것이다.
식약처 측은 "(환경부가) 수질 개선을 먼저하고, 그다음에 농림부에서 녹조가 짙어졌을 때 농업용수로 못 쓰게 해야 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식약처가 시중에서 걸러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운동연합은 "녹조 독소는 우리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신속하고 광범위한 녹조 독성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며 새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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