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발생한 낙동강 물로 상추 길렀더니 남조류 독소 검출돼"

중앙일보

입력 2021.10.19 10:00

지난 8월 4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와 경북 고령군 다산면 곽촌리를 잇는 강정고령보 일대 낙동강이 녹조로 인해 짙은 초록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4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와 경북 고령군 다산면 곽촌리를 잇는 강정고령보 일대 낙동강이 녹조로 인해 짙은 초록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녹조가 발생한 낙동강 물로 재배한 상추에서 인체에 유해한 남조류(시아노박테리아·남세균) 독소가 검출됐다는 실험 결과가 공개됐다.

환경운동연합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8월 13일 녹조가 발생한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이노정 낙동강 변에서 채수한 물로 상추를 재배한 뒤 분석한 결과, 상추 1㎏당 67.9㎍(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의 남조류 독소(마이크로시스틴)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지난 8월 13일 낙동강에서 녹조가 발생한 강물을 채수하는 장면. 환경운동연합

지난 8월 13일 낙동강에서 녹조가 발생한 강물을 채수하는 장면. 환경운동연합

남조류 독소 축적 실험을 위해 간이 수경재배 장치에서 상추를 재배하는 장면. 환경운동연합

남조류 독소 축적 실험을 위해 간이 수경재배 장치에서 상추를 재배하는 장면. 환경운동연합

실험은 부경대 이승준·이상길 교수팀이 담당했다.

부경대 연구팀은 간이 수경재배 장치에 낙동강 물 20L를 채우고 여기에 상추 재배 세트를 담가 5일 동안 상추를 재배했다.
낙동강 물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이 L당 600㎍이 들어 있었고, 재배한 상추는 세척을 거쳐 물기를 제거한 후 독소를 분석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잠재적 발암물질로 지정했으며, 간 독성과 신경독성 외에도 알츠하이머 등 뇌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낙동강에서 채집된 남조류(시아노박테리아)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aeruginosa)의 광학 현미경 사진. 여름철 녹조 발생의 원인 생물이다. 작은 세포가 주머니 속에 들어있다가 주머니가 터지면 하나씩 흩어지게 된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낙동강에서 채집된 남조류(시아노박테리아)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aeruginosa)의 광학 현미경 사진. 여름철 녹조 발생의 원인 생물이다. 작은 세포가 주머니 속에 들어있다가 주머니가 터지면 하나씩 흩어지게 된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상추 재배 실험은 일반 농경지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것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국내 상황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남조류 독소가 농작물에 축적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실험에서 검출된 독소의 농도가 실제로 재배한 상추에서 나타날 경우 몸무게 30㎏인 어린이가 상춧잎 3장만 먹어도 하루 섭취 권고치를 초과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성인을 기준으로 체중 1㎏당 하루 0.04㎍ 이상을 섭취하지 않도록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낙동강 물로 실험한 상추 1g에는 0.0679㎍이 들어있고, 6g 상추 1장에는 0.4074㎍이 들어있는 셈이다.

상추 3장이면 체중 30㎏ 어린이의 섭취 가이드라인(1.2㎍)을 넘게 되고, 상추 6장이면 체중 60㎏인 성인의 가이드라인도 넘게 된다.

그동안 환경부는 "녹조의 독소가 식물에 흡수되는 기작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녹조가 발생한 강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것에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지난 8월 24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열린 '낙동강·금강 독성 마이크로시스틴 현황 분석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낙동강 녹조 샘플을 놓고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지난 8월 24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열린 '낙동강·금강 독성 마이크로시스틴 현황 분석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낙동강 녹조 샘플을 놓고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지난 8월 낙동강과 금강 하굿둑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최대 7000㎍/L의 농도로 검출된 바 있다.

부경대 이승준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보면 농작물에 따라 농업용수에 포함된 남조류 독소 가운데 적게는 5~10%, 많게는 40%까지도 축적된다"며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5000㎍/L이라고 할 때 10%만 축적돼도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낙동강 본포양수장 인근 논에서 확인된 녹조. 환경운동연합

낙동강 본포양수장 인근 논에서 확인된 녹조. 환경운동연합

금강 서포양수장 인근 농수로의 녹조. 환경운동연합

금강 서포양수장 인근 농수로의 녹조. 환경운동연합

이상길 교수는 "마이크로시스틴은 3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분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벼에 축적될 경우 밥을 지어도 독소가 분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환경운동연합은 "4대강 사업 이후 만연한 녹조(綠潮)는 이제 '독조(毒潮)' 상태가 됐다"며 "정부는 낙동강과 한강 보 처리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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